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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 주장에 원문 공개한 WP... 대통령실 한글 공개본과 달랐다

윤 대통령 "저는"이라고 밝혀...국힘 '주어 생략' 설명 뒤집혀, 거짓 해명 논란

등록 2023.04.25 11:19수정 2023.04.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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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리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트위터. 미셸 리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 미셸 리 트위터 갈무리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 후폭풍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본인이 당시 대통령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한국어로 진행된 인터뷰가 영문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오역 가능성을 제기하며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내용이 드러나면서, 주어 생략 혹은 오역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거짓 해명 논란도 불거지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의 미셸 리(한국명: 이예희) 기자는 25일 오전 본인의 트위터에 "Regarding questions of translation error, I cross-checked with audio again, here it is word-for-word"라고 올렸다. '번역 오류(translation error)'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윤 대통령 인터뷰 당시 녹음한 내용을 다시 확인(cross-checked)했다며, 논란이 되는 문장 전체를 공개한 것이다.

그의 트윗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시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글 원문과 달랐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워싱턴 포스트>와 90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초 그는 한일관계에 대해 "나는 100년 전의 일(역사)을 가지고 (일본과의 협력을) '무조건 안 된다', (용서를 위해)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100년 전 일로 일본 무릎 꿇어라? 못 받아들여"). 즉, 100년 전의 역사를 가지고 일본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을 윤 대통령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영어 원문을 살펴봐도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라고 나와 있다. '받아들이는(accept)'의 주어를 분명히 '나(I)', 윤 대통령으로 설정한 문장이다. 야권에서는 즉각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관련 기사: 미 도착 전 또 터진 '대통령의 입', 야권의 성토 "망언 사과하라").


그러자 용산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라고 추가 설명에 나섰다.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인터뷰 기사에서 인용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아래와 같다"라며 윤 대통령의 우리말 발언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문장은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라며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입니다"였다.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술어의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대통령실이 앞서 공개한 내용이,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공개한 문장과는 사뭇 표현이 다른 셈이다.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하는 게 "상식적"이라던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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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WP는 24일 윤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 대통령실 제공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내용을 토대로 야권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해 오고 있었는데, 해당 논지가 무너지게 됐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지난 24일 "대통령의 발언마다 가짜뉴스 선동에 이용하는 민주당. 제발 이성을 되찾으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문장은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라며 "바로 뒤에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것이 상식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받아들을 수 없다'의 주어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항변이었다.

유 수석대변인은 "소속 의원들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검찰에 송치된 지 채 반나절도 되지 않아 또다시 대통령 발언의 진상을 확인하지 않고 선전선동에 앞장섰다"라며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가지고, 민주당은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고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라고도 맞섰다.

유상범 대변인은 25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글 원문을 보면 주어가 빠져 있다"라며 "이것으로 인해서 해석에서 영어번역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게 번역 됐다"라고 강조했다. "주어가 빠져버리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다. 발언 과정에서"라며 "그 문장 자체를 마치 대통령이 역사 인식을 완전히 다르게 한다 이런 식으로 오해해서 선전선동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일 중요한 게 영어텍스트가 아니라 한글 인터뷰 아니겠느냐"라며 "저는 번역 과정에서의 오역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날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심지어 <워싱턴 포스트>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메시지가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잘 전달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워싱턴 포스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갖다가 썼을 텐데 대통령의 발언을 진의 있는 그대로 가지고 썼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재 국회의원 또한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일본'이라는 주어가 해석에서 빠진 것 같다"라며 "언론사에도 문제를 제기를 해야 되겠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들이 나오자 "대변인한테 확인해주시면 좋겠다"라며 구체적인 판단을 피했다. 대신 "북핵이 고도화되고, 연일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안보 협력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보시고 양국 간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아주 시급하다 판단하신 것"이라며 "전체적인 맥락은 그런 기조에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이해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워싱턴포스트 #주어 #나는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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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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