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 동해공장 폐타이어 야적장에서 레미콘 차량들이 세척수를 불법으로 방류하고 있다.
최병성
놀이터 모래가 시멘트보다 더 유해하다고?
이 책의 2장 소제목은 '현대인은 24시간 시멘트에 갇혀 살아간다'이다. 쓰레기 시멘트가 국민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지를 상세하게 소개한 장이다. 최 목사는 쓰레기 시멘트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부터 아토피 환자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목사는 "정부는 그동안 아토피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장판과 벽지의 본드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그 본드가 옛날에는 없었나"라고 반문하면서 "아토피 걸린 아이들이 시골집에 내려가면 깨끗해졌다가 서울의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재발하는 것은 바로 주거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주거 환경의 핵심인 문제는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정부나 시멘트 재벌들은 그동안 쓰레기 시멘트가 놀이터 모래보다 안전하다고 주장을 해왔는데, 이와 관련된 자료를 다 뒤져서 분석한 뒤 쓰레기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과 비교했다"면서 "시멘트가 놀이터 모래보다 몇백 배나 높게 나타난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민을 속인 증거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책의 3장 '쓰레기 시멘트에는 발암물질 6가크롬이 존재한다'에서는 시멘트의 제조 과정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뤘다. 최 목사가 시멘트 앞에 쓰레기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장이다.
가령 IMF 사태 이전에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 등을 혼합해서 유연탄으로 열을 가해 시멘트를 만들었다. 시멘트를 만드는 소성로의 길이는 60~70m 정도. 옆으로 누운 형상이다. 이 안의 온도가 1400도 정도 된다.
▲ [이 사람, 10만인] “우린 아파트 값에만 미쳐있다”... 최병성 환경전문 시민기자 인터뷰 최병성 오마이뉴스 환경탐사 전문 시민기자(목사)는 최근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황소걸음 출판)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 김병기
"지금은 자원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등 가연성 쓰레기가 다 들어갑니다. 또 점토 대신에 소각재인 분진, 하수 슬러지, 반도체 공장 슬러지, 오니 등을 넣습니다. 석회석을 빼고는 온통 불에 타는 쓰레기, 안 타는 쓰레기가 다 들어가죠.
사람들은 이 쓰레기를 바깥에서 태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 소성로 길이가 70m입니다. 너무 길어서 불을 때면 반대편 끝까지 열이 전달되지 않기에 석회석과 쓰레기를 함께 소성로에 집어넣고 태우면 남은 재가 시멘트입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죠. 온도가 높다고 유해 물질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다른 나라에서도 쓰레기를 시멘트에 넣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두 가지가 다르다. 시멘트 사용량과 질이다.
최 목사는 "첫째 쓰레기 시멘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라며 "가령 독일은 우리보다 땅이 3배 크고, 인구도 3배 이상 많은 데 시멘트 생산량이 우리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아파트 위주의 우리나라 주거문화가 전 세계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 1위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어 "쓰레기 시멘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라면서 "시멘트에 대한 유럽의 발암물질 기준은 2ppm인데, 우리나라는 20ppm으로 10배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또 "이런 지적을 하면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는 유럽과 시험방법이 다르다고 해명을 해왔는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에서 조사해 봤더니 그런 주장이 거짓말인 게 드러났다"면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환경부가 쓰레기 처리에 급급해서 시멘트 재벌의 편을 들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쓰레기 시멘트'에서 탈출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