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 광양시장의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 공약에 우려를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여수시 랜드마크 중 한 곳인 이순신대교 야경.
여수시 제공
전라남도 광양시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해 10월 시정질문을 통해 정인화 광양시장의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 공약에 우려를 제기했다. 광양시의회도 2023년 본예산 심사에서 관련 용역비 3억 원을 삭감했다. 하지만 최근 정 시장은 이순신 철동상 건립을 민선 8기 핵심 사업으로 밀어붙이려는 듯하다.
그는 5월에 있을 추경에 이순신 철동상 관련 용역비 2억 원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시민과의 대화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시민의 대표인 의회와의 소통을 건너뛰고 대시민 여론전에 나선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의 무리한 철동상 건립 추진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에 대해 정리해본다.
랜드마크 관광 시대는 옛말
많은 시민들이 여수, 순천은 랜드마크가 많은데, 광양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 시장의 철동상 공약도 이러한 여론을 수렴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자. 랜드마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데 목표물로서 적당한 사물'이다. 그러면 여수의 랜드마크는 무엇인가. 사물로 본다면 엑스포 건물이나 진남관 아니면 케이블카인가.
여수는 랜드마크로 인해 4계절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명소가 된 것이 아니다. 엑스포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기점으로 교통망을 확충하고 '여수밤바다'라는 대중가요의 흥행과 더불어 밤바다의 낭만, 버스킹, 포장마차촌, 바다가 보이는 멋진 전망의 카페, 먹을거리, 즐길거리, 놀거리, 문화 이벤트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SNS 등을 통해 널리 홍보하면서 글로벌 여수 관광을 이끈 것이다.
순천도 마찬가지다. 정원박람회를 랜드마크로도 볼 수 있지만, 정원박람회는 하나의 구조물이 아니다. 정원을 걷고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환경과 문화, 예술 등 그 안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들이 요즘 관광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지금의 흥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 시장은 브라질의 예수상, 몽골의 징기스칸 동상을 예시로 홍보하는데, 우리가 브라질이나 몽골 여행을 계획할 때, 동상을 보기 위해 나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그 나라에 가고 싶은데 마침 그 랜드마크가 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지금은 콘텐츠 시대… 체류형 관광 콘텐츠 고민해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3년간 빅데이터(이동통신·소비지출·소셜미디어 등)와 전문가 심층 인터뷰 그리고 세대별 및 여행 주제별 소비자 설문조사를 분석한 '2023 국내관광 트렌드'를 지난 1월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인해 전년도 관광트렌드(변화된 일상, '현재'와 '나'에 집중)의 기조가 일부 유지되는 가운데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환경에 관한 관심 증가, 재택 및 원격근무 확산, 휴식·웰니스에 대한 필요성 강화, 아웃도어 수요 증가, 개인 경험의 가치 중시 등 사회·소비·환경·노동·여가 등 사회 전반의 거시적 변화가 여행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국내관광 트렌드로 제시된 '모멘트(M.O.M.E.N.T.)'는 엔데믹 시대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일상의 매 순간이 여행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의 즐거운 여행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와 함께 주목되는 다양한 여행 형태로 ▲로컬관광 ▲아웃도어·레저여행 ▲농촌여행 ▲친환경 여행 ▲체류형 여행 ▲취미 여행 등 6개의 테마를 선정했다.
2023년 관광트렌드도 이러한데,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이 만들어지는 수 년 뒤의 관광 트렌드는 어떠할까. 만약 정 시장의 공약이 '이순신과 어영담, 그 속의 광양'을 주제로 다양한 역사적인 문화유산이나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체험 관광 콘텐츠 발굴 등을 하고자 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순신'보다는 '철동상'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