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강을 바라보며 쉬기 좋은 영남루
김종성
지그재그로 이어진 돌계단을 올라 누각 마당에 들어서니 영남루와 양편에 날개처럼 거느린 능파각과 침류각이라는 부속 건물, 조선후기 역대 8왕조의 시조 위패를 봉안한 천진궁이 여행자를 맞는다. 영남루 아래에는 아랑의 정절을 기리기 위해 지은 아랑각이 있고, 그 앞으로 밀양강이 찰랑이는 수변길이 나있다.
영남루 앞뜰은 주말과 휴일에 무형문화재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이기도 하다. 국가 무형문화재 36호인 백중놀이와 무형문화재 7호인 감내게 줄당기기, 무형문화재인 법흥상원놀이, 밀양 작약산 예수제 등 평소 보기 힘든 귀한 공연이 펼쳐진다.
신발을 벗고 누각에 들어서면 고색이 창연한 영남루의 단청과 다양한 문양조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각 곳곳에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선생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시인묵객들과 명필가들이 쓴 시문 현판이 즐비하다.
유명한 문인들의 시와 글을 새긴 현판에 한때 300개나 걸려 '시문(詩文) 현판 전시장'이라 불렸단다. 특히 1843년 이인재 부사의 아들 이중석(11세)과 이현석(7세) 형제가 썼다는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와 '영남루(嶺南樓)' 현판 글씨가 놀랍다. 우리나라 조기교육 역사는 참 오래됐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