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호 전 문재인 대통령 연설비서관.
권우성
- 문 전 대통령 연설에는 많은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재임 시절 메시지를 엮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보면 책의 1부를 "이름 없이 희생한 분들의 이름을 찾아드리고, 평가받지 못한 분들에게 명예를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이라고 소개하는데.
"촛불과 관련 있다. 그야말로 헌법 1조,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그 정신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가. 사회는 그렇게 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정부에선 여전히 국민은 다스림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한번 보자. 문 전 대통령이 3.1절에 굉장히 꼼꼼하게 그 연설을 했는데, 민족대표 33인도 있지만 태극기를 들었던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체포되고 죽었다. <상록수>를 쓴 심훈이 학생 때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보면, (독립을 향한) 백성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우리 선열들도 그걸 느꼈기 때문에 임시정부 헌법에서 민주공화국을 선포했다.
6.25도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가 아니라 '한 개인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다. 또 5.18, 그야말로 공권력이 사라진 '빈' 상황에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서로를 돕고... 그런 것이야말로 한 개인이 얼마나 성숙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게 제대로 드러난 게 촛불이다. 촛불을 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존중,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게 변화하고 발전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처음 개인을 호명한 게 2017년 5.18 기념사였다. '대통령 연설에 개인 이름을 넣으면 안 된다'며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저와 임종석 실장이 밀어붙였고, 문 전 대통령이 흔쾌히 오케이해서 그 연설이 나왔다. 이후 8.15 연설에선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호명했고, 국가조찬기도회 연설문에는 여성 선교사들을 넣었다. 개인을 호명하면 연설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그들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그게 세상의 변화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다. 우리는 이 분명한 철학 속에서 개인의 이름을 불렀다."
- 대통령기록관 웹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이전 대통령들의 연설문은 800건 안팎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1392건에 달한다. 연설도 많았지만, SNS메시지가 많았던 것도 한몫하는 듯하다.
"(앞의 이야기에) 연장해서 말씀드리면, 권위주의 정부에선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노고를) 치사했다. 촛불혁명 이후, 개인이 성장하고 성숙한 곳에선 반대가 된다. 위로가 필요한 데에는 위로를 해야 하고, 고맙다고 표현할 때는 고맙다고 표현해야 하니까 메시지가 많아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에 정현 선수가 2018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올라서 퇴근하다가 커피숍에서 축전을 썼다. (문재인 정부는) 일관된 철학이 있으니까, 그냥 축하한다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담아야 한다 생각했다. 그때 (메시지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올림픽의 의미가 크기도 하지만, 제가 당시 이상화 선수 인터뷰를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포기했지만 본인은 너무 재밌고 좋아서 운동을 했다더라. 다른 선수들은 오죽했겠나.
그래서 축전을 일대일 맞춤형으로 썼다. 금메달만이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 단체종목까지. 문 전 대통령도 좋아했지만, 선수들이 너무 좋아해줬다. 한 개인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드린 축전이 된 거다.
선수들이 이걸 SNS에 올려서 하나하나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때 후배들이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라'고 해서 처음으로 모니터링이란 걸 해봤다. 열기가 엄청났다. 그 바람에 끝날 때까지... (웃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도 있지 않았나. 반농담이지만, '오늘은 메달 안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고, 가장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코로나가 막 시작될 무렵 진도에서 어머니들이 봄동을 대구 코로나 환자들에게 보낸 일에 관한 메시지다. 재난이 닥쳤을 때 정부도 당연히 성실하게 노력해야 하지만, 국민들 스스로 돕고,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는 모습에서 문 전 대통령이 느낀 바가 있어서 (메시지 작성을) 지시했던 것 같다. ('땅은 봄동을 키우고, 국민은 희망을 키워주셨습니다'라는 메시지는) 그런 국민들이 고맙다는 표현이었다."
"미완의 과제는 국민 통합... 아쉽지만 희망 있어"

▲ 신동호 전 문재인 대통령 연설비서관.
권우성
- 2021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새로운 꿈을 꿀 차례입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의 위상은 여러모로 달라졌다. 반면 여러 가지 아쉬움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가까이서 대통령의 생각을 엿본 사람으로서 가장 마음에 남은 '미완의 과제'는 무엇인가.
"결국 또 국민 통합이다. 개인에게도 꿈이 있지만, 나라에도 선도국가, 한반도 평화 등 여러 가지 꿈이 있다. 사람들이 그 나라의 꿈에 대해 열망과 희망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국민 통합이 이뤄져야 하는데, 죽도록 노력했지만 잘 안 된 게 아쉽다."
- 가장 아팠던 비판도 이 대목인가.
"그럼요. 저는 그렇지 않게 연설문을 작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단어 하나를 갖고 갈라치기라고 하는 말들이 굉장히 마음 아팠다.
희망은 있다. 2017년 현충일 연설 이후 저희가 (대통령 지지율이) 80% 고공행진을 했다. 그날 저녁 국회의원 네 명으로부터 '지역행사를 갔는데 너무 분위기가 좋다'는 전화가 왔다. 현충일 연설은 6.25 참전용사, 파독광부, 청계천 여공도 애국자고, 그들이 한 일이 애국이라고 말하고, 그야말로 통합을 위한 연설이었다.
이 또한 미완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말이 그런 철학으로 중심을 잡고 가야 국민들이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물론 여당과 야당은 정치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고,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로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국가가 가질 수 있는 희망과 꿈을 국가지도자가 끊임없이 준다면, 국민 통합에도 한발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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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이 바꾼 글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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