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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왜 '증인' 유동규의 말을 끊었을까

오락가락 진술, 변호인 공세엔 격앙... 유동규의 입과 태도, 재판 변수 되나

등록 2023.05.11 17:03수정 2023.05.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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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향하는 유동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정 향하는 유동규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차 공판. 이날 피고인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그의 진술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공세에 유 전 본부장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명 : "하나만 물어볼게요. 위례신도시 개발 건을 김문기와 함께 나한테 대면 직보했다고 했어요. 아닙니까?"
유동규 : "위례 자체 건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김문기와 둘이서 처음에 가서 시장님한테 보고한 건 맞습니다. 위례 관련해서 김문기랑 왔는지는..."

이재명 : "아까 한참 위례 관련해서 보고를 많이 했다 했는데..."
유동규 : "위례 관련해서 보고가 많이 이뤄졌는데, 김문기와 갔는지는 명확하지 않고요. 저는 시장님한테 여러 차례 보고 했었죠."

이재명 : "위례 관련 일정이 빡빡했고 '미래에셋' 관련 문제가 있어서 보고를 김문기하고 같이 했다고 했거든요. 지금은 아니란 겁니까?"
유동규 : "김문기하고 갔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재판장인 강규태 판사는 증인석에 앉은 유동규 의 말을 중간에 끊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증인(유동규), 지금 증언이 왔다갔다하긴 해요. 아까 김문기씨랑 위례사업 관련해서 보고했다고 증언했어요."


이처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이나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에 핵심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재판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피고측 변호인들도 유 전 본부장이 내놓는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법정에서 강한 공세를 펴고 있다. 

정진상 변호인 "왜 진술 번복하냐" 묻자, 유동규 "명확하게 기억 안 나"
  
정진상, 법정으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진상, 법정으로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최유진
 
지난 2일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당대표실)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건넸다고 주장하는 뇌물의 출처와 전달 방식이 진술마다 달라진다고 공세를 폈다.


변호인 : "증인은 김용에게 줬다는 1억 원의 출처는 김만배에서 남욱으로 변경했고, 정진상에게 줬다는 5000만 원 출처는 김만배에서 김만배 또는 남욱으로 바꿨다가 법정에서는 다시 김만배로 변경했는데 진술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유동규 : "지금 변호사님 말에, 수시로 변경했다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떤 진술을 함에 있어 그 과정들은 사실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돈 전달한 부분, 그 생각만 기억납니다."

변호인 : "돈 준 장면은 명확히 기억난다고 말씀하셨죠?"
유동규 : "예, 준 장면은 정확하게 기억납니다."

변호인 : "증인(유동규)은 김만배로부터 받은 돈을 쇼핑백에 받은 그대로 정진상에 전달했다 했죠?"
유동규 : "그게 제 기억상에는 그 옆에 편의점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거기서 봉지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 정진상한테 3000만 원 줄 때 비닐 (사용했던) 기억이랑 오버랩될 수 있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건... (중략) 그 집에서 검은 비닐 두 개를 받아서 거기에 아마 담아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을 했던 거고요. 그때 받은 쇼핑백으로 전달했는지 검은 봉지에 넣어서 줬는지 그건 사실 명확하지 않습니다."

변호인 : "아까 김만배한테 돈 받은 즉시 줬다고 하지 않았나. 방금 전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방금은 또 쇼핑백에 넣은 채로 줬는지 비닐에 넣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했습니다."
유동규 : "거기 김만배 만난 대로변 바로 인근에 편의점 하나 있어요. 쇼핑백보다는 아무래도 비닐봉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보완해서 하지 않았을까. 왜냐면 머릿속에 비닐봉지 두 장을 얻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에 쓸데없이 봉지 얻을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갖다가 줬을 거다 생각은 했거든요. 근데 제가 진상이형 집 앞에서 줄 때는 그게 질감이 머릿속에서 그때 당시에 쇼핑백이었나 이게 비닐이었나 이것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습니다."   


결국 이날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의 연이은 공세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누가 무죄가 되든, 유죄가 되든 내 증언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이 재차 "거짓말이 탄로 나 위기에 봉착했다"고 추가로 공세를 이어가자 유 전 본부장은 피고인석에 앉은 정 전 실장을 노려보며 "왜 모욕을 하느냐. 정진상씨.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고 고함을 쳤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이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재판은 중단됐다. 

이날 재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재판장인 조병구 판사도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진술) 두 개가 혼재됐다", "증인(유동규) 기억을 명확히 하고, (상황에 대해) 기억이 나는 대로 답하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변호인 공세에 술자리 폭로 예고하기도
 
공판 참석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공판 참석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9일 진행된 정진상 전 실장의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의 공세가 이어졌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뇌물은 대가성이 있는 돈이어야 하는데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민간업자들의 주요 5대 요구사항을 왜 하나도 안 들어준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동생이라는 칭호를 받은 그 자체가 혜택"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번복 내용을 이용해 신뢰성 여부를 재차 파고들자 재판과는 무관한 '폭로'를 예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휴정 시간에 홀로 "안 하려 했는데 정진상 반대신문을 해서 어떤 놈인지 다 밝힐 것이다. 술집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 또한 재판부의 우려를 샀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요구했다. 
#유동규 #이재명 #정진상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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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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