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P 전관
플랫폼피
이 일의 발단은 작년 202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포출판문화센터 플랫폼P(아래 플랫폼P)를 방문한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 건물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플랫폼P가 스터디카페나 일자리센터로 바뀐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우려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구청은 통상 3년 단위로 이어오던 위탁 업체와의 계약을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개서 계약하려다가, 업체의 반발로 현재는 올 연말까지만 계약을 연장한 상태다. 또한 신규 입주사 선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오는 7월이면 기존 입주사의 계약이 대거 만료되는 상태에서, 새로운 입주사를 받지 못하면 작업실은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당장 내년이 어찌될지 플랫폼P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3월 24일, 위기감을 느낀 입주사들이 모여 협의회를 결성했다. 출산 후 집에서 육아에 매진하던 나도 답답한 마음에 유아차에 4개월 된 아이를 태우고 작업실로 향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그간의 활동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운영진은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물론 각 정당의 구의원을 직접 만나 문제를 제기했다.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해서, 언론사 4곳에서 플랫폼P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뤄주었다. 마포구청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몰려가 민원을 넣고, SNS에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한 것도 52개의 입주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인 결과였다.
이들의 단결력과 행동력은 놀라웠다. 프리랜서 창작자이자 1인 기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것은 물론 협업에도 능하다. 그러니 플랫폼P 사태에 대해서도 이토록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상반기는 프리랜서에게 비수기인 계절이다. 본인들의 장기를 발휘하여 프로젝트처럼 정치 활동에 나서기 좋은 때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는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사진작가, 그림작가, 뉴스레터 제작자 등 출판 인접 분야의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다. 여느 때 봄 같으면 북페어를 비롯해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바빴을 이들이, 이참에 우리 앞마당에서 축제를 직접 열어보자고 나섰다. 이 안에서 팀을 꾸리면 기획, 디자인, 홍보,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소화 가능하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부터 나는 플랫폼P 안에서 북페어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시민에게 공간을 개방하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플랫폼P의 존재를 알리고 정상화를 위한 서명을 받으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의명분이 있으니, 팀원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협의회 결성과 동시에 북페어팀을 꾸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북페어 준비에 몰두한 사람들
4월 5일, 첫 회의가 열렸다. 자칭 '북페어에 미친 자'(배현정, 그림작가‧솜프레스 출판사 운영)가 합류했다. 게임 속에서도 책과 그림, 식물을 팔며, 혼자만의 북페어 부스를 꾸민다는 그녀는 국내 북페어를 섭렵하는 것은 물론, 상하이 등 해외에서 열리는 북페어에도 부러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북페어를 기획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다는 그녀는, 등장하자마자 북페어에서 해야 할 일의 줄기를 짜서 팀원들에게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