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용 공.
이지은
사주도 마찬가지다. 나로서는 닥치지도 않은 일들을 내 생년월일만 보고 알아낼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내 나이와 생년월일, 시간대에 대한민국 서울에서만 수천 명은 태어났을 텐데, 모두 같은 운명을 타고났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사주에서도 보고 싶은 것만 보기로 했다. 내 사주에 따르면 나는 일도 오래하고 47세부터 인생이 풀려서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주변에 귀인도 많고 어딜 가도 천대는 안 받는단다. 앞으로의 10년만 잘 닦아놓으면 이후로는 탄탄대로라고 한다.
이거 엄청 좋은 사주잖아? 그러고 보니 백만장자 중에 ESTJ가 많다던데, 사주까지 이래버리니 아무래도 나 잘될 운명인가 보다. 이 사주는 믿어야겠다.
다만 사주에 따르면, 불만 세 개나 타고나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많다. 그래서인지 오지랖이 넓어 많이 나서고 발화도 많단다. 사주를 봐주 분은 말했다.
"자기는 말조심해야 해요. 가만히 있잖아? 그러면 왕이 될 상이야. 누구든 자기를 도와주지. 화나는 일이 생기면 속으로 3초만 세봐요. 하나, 둘, 셋. 그다음에 말해요."
내가 왕이 된다고? 영화 〈관상〉 수양대군역의 이정재도 아니고,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외쳐야 할 판이다. 현실감 없게 느껴지지만 좋은 사주를 믿으려면 주의할 점도 받아들여야겠지. 기다리자. 3초가 긴 시간도 아니지 않나. 이후로는 사람들에게 "나 조만간 왕이 될 거거든요? 그러니 나한테 잘 보여요"라고 말하고 다녔다(입조심하랬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