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몸살을 앓는 강원도 소나무

등록 2023.05.18 08:31수정 2023.05.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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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현장, 타고남은 집뒤로 소나무 군락지가 보인다 ⓒ 진재중

 
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소나무다. 헐벗은 산에 가장 많이 심었던 나무다. 곰솔에서부터 리기다, 금강송까지 산을 푸르게 하는 수종이 전국에 걸쳐 있다.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를 넘어오다 보면 드넓은 동해 앞바다와 함께 낙락장송을 만날 수 있다. 적송이다.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金剛松), 춘양목(春陽木)이라고 알려진 나무다. 결이 곱고 단단해서 예로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나무로 쳤다.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양양, 강릉, 울진, 봉화 걸쳐 자라는 적송은 꼬불꼬불하고 보기 흉한 일반 곰솔과는 달리 줄기가 곧바르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붉다. 동해안 산불에서 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수종이 바로 적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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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송, 줄기가 굵고 붉다, 금강송이라고도 불린다 ⓒ 진재중

   
소나무는 일상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고대 왕릉에서부터 고궁, 한옥에 이르기까지 기풍과 멋을 곁들인 없어서는 안 될 수종으로 자리 잡았다. 집의 기둥과 서까래 등 건축 자재에서부터 가구와 농기구까지 다방면에 소나무를 사용했다.

봄철 송홧가루가 날리면 다식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고 가을철 소나무 뿌리균에서 만들어지는 송이는 산림자원으로서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조경수로 활용, 시멘트 콘크리트로 삭막한 아파트를 부드러운 선으로 바꿔주기도 하고 도심 경관을 조성하는 데도 소나무는 빠질 수가 없다.

특히 강릉은 소나무를 주제로 도시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는 대관령 소나무 숲길, 금강소나무를 품고 있는 솔향수목원, 강릉의 랜드마크가 된 소나무 가로수, 안목 해변의 소나무 숲 등은 솔향기가 나는 강릉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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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조경수로 활용한 아파트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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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송향수목원, 소나무를 중심테마로 수목원 조성 ⓒ 진재중

 
소나무, 매화, 대나무는 세한사우(歲寒四友)라는 이름으로 시화에서는 물론 정원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수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옛사람들이 소나무를 특별히 애호했던 까닭은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해서도 그렇지만 그것이 지닌 상징적 의미 때문이었다. 

공자는 논어(論語)자한편(子罕篇)에서 "찬바람이 일 때라야 비로소 송백이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했다. 이 말은 세상이 어지러워 정의가 설 땅을 잃었을 때라도 겨울을 이겨내는 소나무, 측백나무처럼 사람도 본뜻을 잃지 않고 절개와 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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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적송 ⓒ 진재중


강원도 영동지역은 매년 산불이 난다. 산불 원인 중 하나로 소나무가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발화 원인은 사람이고 자연이다. 강원도 영동지역은 봄철이면 양강지풍이 있어 그 바람을 타고 대규모 산불로 이어진다. 또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위주의 산림을 조성한 산림당국이 문제다.

침엽수의 특성을 논할 때는 소나무를 말한다. 사람들이 소나무를 식재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씨앗이 발아하여 우점종한 나무는 소나무였다. 환경적으로 소나무는 동해안에서 특화된 수종이다.


[관련기사 : 잦은 대형 산불의 진짜 원인, 산림청이 알고도 감췄다]

전문가들은 소나무는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화재에 강한 활엽수로 대체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소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이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소나무는 기후변화로 인해 고산지대로 밀려나고 활엽수에 서서히 설 자리를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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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 피톤치드를 내뿜고 소나무의 낙엽이 쌓인 곳에서는 송이버섯이 자란다 ⓒ 진재중


소나무가 우리 인간에게 베푼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소나무가 산불의 주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내뿜으며 말없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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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송, 백두대간을 축으로 영동지역에 주로 자란다 ⓒ 진재중

#소나무 #낙락장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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