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pixabay
작년 1월 우리 가족은 근교의 관광지로 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나는 출발 전에 미리 아이들이 먹을만한 음식을 파는 식당을 알아보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그 식당을 찾아갔다. 하지만 식당 입구에서 직원은 '노키즈존이기에 입장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길 한쪽 구석에서 급히 다른 식당을 찾아보았다. 또 문전박대를 당하고 싶지 않아 미리 전화를 해 보았다. "아이가 세 명인데 지금 가면 식사가 가능할까요?"라고 묻자 역시 노키즈존이라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두 번이나 연달아 이런 일을 겪자 마음이 상했다.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식당 출입이 어려워졌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에게 왜 식당을 들어갈 수 없는지 이유를 설명하기도 난감했다.
결국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노키즈존인지 묻자 다행히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와 우리는 얼른 빈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작은 어려움이 또 있었다. 바로 유아의자가 구비되지 않은 식당이었던 것이다. 결국 당시 만 11개월이었던 셋째는 우리가 가져간 유모차에서 이유식을 먹어야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가 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공간에서 배제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지난번 여행에서 겪었던 그 어려움이 바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내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우리에겐 쉽지만,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것들
나는 얼마 전 기사를 통해 '노시니어존'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노키즈존만 익숙했던 내게 이 용어는 생소했는데, 한 카페에서 '60세이상 어르신 출입제한'이라는 문구를 덧붙여 '노시니어존'을 입구에 표시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고 솔직히 놀랐다. '이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르신도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이 생겼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탄식이 절로 나왔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급변하면서, 노인들도 활동에 점점 영향을 받게 됐다. 상당수의 음식점들은 이제 키오스크와 패드, 휴대전화 어플을 통해 대기를 받거나 주문한 음식을 확인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금이 아닌 교통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서만 탑승이 가능한 버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어플과 컴퓨터 이용에 능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비행기, 버스,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도 예매조차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나의 부모님 또한 실제로 이런 시스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현금과 교통카드로만 생활하시는 분들이다. 자식으로서 카드의 편리함을 설명하고 여분의 카드는 삶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려봤지만 오랜 삶의 습관을 바꾸실 의향이 없다고 하셨다.
그런 어머니가 하루는 경찰 두 분과 함께 우리집을 찾아온 적이 있다. 깜짝 놀란 나는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길에서 지갑을 잃어버리셨단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어머니는 현금출금이나 계좌이체를 떠올리지 못하셨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딸인 나와도 통화가 되지 않아 당황하신 어머니는 경찰분들의 도움을 겨우 받아 그나마 우리집으로 오신 것이다.
평소 나는 당연히 누리던 서비스를 편히 이용하시지 못하는 어머니가 안타까웠다. 내게는 너무나도 쉬운 방법들이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을 내건 자영업자분들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카페와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다, 한 누리꾼이 '사장님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하는 손님들이 많아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댓글을 보았다. 직접적으로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정황상 점주분에게도 고충이 있었기에 자구책으로 이런 방침을 내세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찾아보니, 실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사례가 꽤 많았다. 아이가 가게의 물건을 파손해 재정적 피해가 심각했던 일도 있었고 사고가 일어나서 보호자가 점주에게 소송을 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카페에 와서 한 잔의 커피를 주문해 나눠마시거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서 다른 고객이나 직원들이 불편을 감수한 사례도 있었단다.
이런 입장을 알게 된 후,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이자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을 지켜보는 딸의 입장에서도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식당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다.
식당에서 이런 환대라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주말, 집 근처 대학가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갔다. 아이들과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유아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건 기본이었고 빈 테이블에 앉자마자 아이수대로 식기와 유아수저를 친절하게 갖다주셨다. 주말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 나는 아이들을 위한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어주는 식당을 찾은 덕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을 반겨주는 마음은 유아의자와 식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주문한 식사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밥 위에 뿌려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된 김가루도 한 아이당 하나씩 건네주셨다.
첫 아이를 낳아 키운 지 7년이 된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식당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는다고 느낀 적이 처음이었다. 사장님께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