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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 한동훈의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주장] '교체해야 할 공직자 1위'에 연일 참여연대 때리기... 윤석열 정부 1년은 어땠나

등록 2023.05.19 15:49수정 2023.05.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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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국제앰네스티의 초창기는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 진영간 갈등이 극에 달한 냉전의 시대였기에 오로지 세계인권선언문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불편부당성에 대한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습니다.

이를테면 인권보고서를 발간할 때에 양쪽 진영에서 일어난 인권 문제에 대한 수적인 균형을 맞춰서 발표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소련 양쪽 모두에서 앰네스티를 비난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앰네스티는 KGB 말만 듣는 빨갱이 단체다"라고, 소련은 "앰네스티는 가면을 쓴 CIA다"와 같은 수사를 쏟아냈습니다.

이런 양 진영의 비난을 모아둔 < AI in Quotes >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는데, 양쪽에서 고르게 욕을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앰네스티가 특정한 정치체제와 진영에 상관없이 오로지 인권을 기준으로 활동한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 <"앰네스티는 불공정" 인권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5가지 방법> 중에서)
 
국제앰네스티와 같이 인권감시 활동에 특화되어있지는 않지만, 권력 감시를 주요 활동으로 내건 한국의 참여연대는 앰네스티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1994년 설립 후 진영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2000년 2월, 참여연대 등을 포함한 총선시민연대 활동에서는 여야 심지어 진보정당까지 포함한 공천 반대인사 명단을 발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이라크 전쟁을 미국의 침공으로 규정하고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하는 '총 대신 꽃을' 평화행진과 한미FTA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발송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운동을 벌이며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LH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폭로했는데, 이는 민주당의 지지율 폭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왔다. 그렇기에 역대 모든 정부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물론 여기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을 수 있다. 


참여연대 공격하는 한 장관, 문제 없나 

앰네스티로부터 인권침해 지적을 받은 국가들은 이를 인정하고 시정하기도 하지만 부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정하는 국가들은 저마다 방식을 취하는데, 1960년대 미국·소련과 같이 그냥 앰네스티를 공격하거나 앰네스티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냉전 시대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헝가리 로마족이 처한 어려움을 지적한 앰네스티에 대해 헝가리 정부 대변인 졸탄 코박스(Zoltán Kovács)가 "국제앰네스티는 균형 잡힌 토론을 나누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난한 것이나, 수단 정부가 다르푸르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한 것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자 모하메드 엘톰(Mohamed Eltom) 주영 수단 대사가 "우리 정부는 앰네스티가 신뢰성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앰네스티가 수단에 대한 사실을 날조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앰네스티는 불공정" 인권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5가지 방법>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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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참여연대는 10일 오전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시민이 경고한다! 윤석열 1년 퇴행과 폭주를 멈춰라! 국정 퇴행의 주요책임자 8인 당장 교체하라! 기지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여연대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에 대한 한 장관의 공격은 9일 참여연대가 '교체해야 할 공직자 1위는 한 장관'이라는 내용의 시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 대통령 최측근 검사 출신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 '검수원복' 시행령과 권한쟁의,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등 검찰권력 확대 추진 등을 한 장관 교체 이유로 설명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한 장관의 반응은 인권침해 국가들이 앰네스티를 공격한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한 장관은 10일 "왜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참여연대'를 '중립적인 시민단체'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참여연대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더 나아가 "참여연대 공화국이라고 불렸던 지난 5년 외에도 모든 민주당 정권에서 참여연대는 권력 그 자체였다", "청와대나 장·차관급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박원순·이재명 시기 경기도·서울시 각종 위원회에 참여연대가 정말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며 참여연대를 친민주당 시민단체로 규정해 버렸다.

문제를 지적했는데,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의 공정성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앰네스티가 불공정하다고 비난하는 국가들은 인권침해 지적을 받고 이를 부인한 국가들뿐이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는 앰네스티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그들을 신뢰한다. 앰네스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시민단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94년 출범 이후 진영을 가리지 않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참여연대의 감시와 견제가 있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패한 권력을 비판한 참여연대는 권력을 가진 모두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한 장관은 "더 이상 '참여연대'를 '중립적인 시민단체'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비난에 국민을 끌여들였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참여연대의 '지금 당장 교체해야 할 공직자' 여론조사에 5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앰네스티의 <AI in Quotes>와 같이 참여연대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모든 권력에게 불편한 존재였다는 것은 그만큼 참여연대가 권력 비판의 양 날개를 고르게 사용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기에 참여연대의 권력 감시에 공정성 비난으로 대응한 한 장관의 태도는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으로부터 공감받을 수 없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한 장관이 기억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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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오른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 남소연

 
한 장관은 지난 11일 법무부 출입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참여연대 정부'라고까지 불렸던 지난 민주당 정권 5년 내내, '참여연대'가 순번 정해 번호표 뽑듯 권력 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에 '참여'하고 권력과 '연대'해 온 것을 국민들께서 생생히 기억하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여연대' 출신으로 '민주당 정권 요직'이나 '민주당 의원'이 된 사람들을 한 번만 세어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지금처럼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라며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한다고 국민들께서 속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면, '검찰'이 순번 정해 번호표 뽑듯 권력 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에 '참여'하고 권력과 '연대'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이 생생히 보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정권의 요직'이나 '국민의힘 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을 한 번만 세어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지금처럼 '중립적인 법무부'인 척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윤석열 정권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언젠가 정권이 바뀐 후 '심판'인 척한다고 국민이 속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광민은 현직 변호사로 경기도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입니다.
#참여연대 #한동훈 #앰네스티 #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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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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