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직장인은 언제나 바쁘다?
MBC 무한상사
"팀장님, 저 A도 해야 하고, B도 하고 있고, C도 다음 주까지 해야 합니다."
자주 듣는 말이다. 속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뭘 또 시켜!'라는 의미라는 걸 잘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직장인은 매일 매일 일을 쳐내도 끝없는 업무에 지쳐만 간다. 주변에서 안 바쁜 직장인을 본 적이 없다. 백 번을 생각해도 명쾌한 답 없는, 월급도 시간도 빠듯한 직장인의 인생이다.
반올림하면 이십 년인 직장생활, 직장인에게는 중요한 일을 떠맡는 것보다 불필요한 일을 쳐내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야 업무 과부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해!'라며 대충하던 일을 좀 더 깔끔하고 완성도 있게 처리할 수 있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를 위한 보고를 '극혐'한다. 그렇지만 한낱 직장인은 하라면 해야 하는 불운한 운명을 타고났다. 매일 반복하는 무의미한 회의를 반으로 줄이자고 외치고, 논문 같은 보고서를 심플하게 쓰자고 여러 번 제안도 했다. 부질없다. 개인은 회사 문화를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또 한 번 느꼈을 뿐이다.
직장을 꾸역꾸역이라도 다니기 위해서는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효율을 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법을 터득하고 실행해야 한다. 다행히 세상도 고무적인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근로 시간 단축과 워라밸이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은 회의와 보고 문화 개선, 불필요한 일 줄이기, 집중 근무 시간대 운영, 유연 근무제 등을 시행하며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이 모든 관리의 핵심은 '업무 생산성 향상'이다. 기업마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고 얼른 편승해야 덜 바쁜 직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빼는 것이 플러스
다른 팀에 근무하는 한 후배가 사내 메신저로 푸념했다.
"팀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해서 이것저것 떠맡았는데, 결국은 뒤치다꺼리만 하는 거 같아요. 업무도 많아져서 힘든데, 팀장은 알아주지도 않고. 마음의 상처만 커졌어요. 이렇게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에요."
후배에게 중요하지 않은 허드렛일만 줄여도 직장생활이 달라질 거라고 조언했다. 늘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후배이기에, 한발 물러서서 하고 있는 업무의 중요도부터 객관적으로 평가하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왜 팀장이 알아주지 않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워라밸 시대를 맞아 국내 여러 기업에서 ERRC 활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ERRC는 제거해야 할 요소(Eliminate), 감소해야 할 요소(Reduce), 향상해야 할 요소(Raise), 새롭게 창조해야 할 요소(Create)를 뜻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불필요한 일을 축소하거나 제거해 확보한 시간을 핵심 업무와 역량 계발에 집중함으로써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인다. 이 같은 워크 다이어트는 주 52시간제 시대에 꼭 필요한 업무 관리 방법이다.
부서 전체 업무 중 비중이 작거나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을 없애 직원들 부담을 최소화하고 능률도 올릴 수 있다. 팀원 다섯 명이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10%씩 그만두면 합계 0.5인분의 일이 줄어든다. 개인의 업무 효율화와 회사의 효용성 증대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갑자기 떨어지는 수명 업무 때문에 바쁘기도 하지만, 급하지 않은 쉬운 일을 하면서 '일이 많아 바쁘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고 시간을 탕진해 본인 업무를 다른 팀원이 떠맡는 불편한 상황도 발생한다.
기업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ERRC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는 내재화를 통해 고효율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회사가 방침을 강요한다고 즉시 효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모두에게 천편일률적인 제도가 맞아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향과 업무를 가장 잘 아는 개개인이 스스로 업무에 적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수시로 알아채고 꾸준히 업무를 관리해야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습관이 되고 업무 능률 향상과 시간 절약으로 이어진다.
칭기즈칸 후계자 오고타이가 몽골제국 초기 명재상이었던 야율초재에게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묻자, 야율초재가 답했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 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 합니다."
하루 10분 퇴근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