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AP
그러나 '정치 9단' 에르도안 대통령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안보 위기를 내세워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가 강한 보수 표심을 결집했고, 대규모 재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지진 피해 지역의 민심을 달랬다.
그 결과 지난 1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49.52%의 득표율로 44.88%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따돌리며 예상을 깼다.
다급해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시리아 난민을 내쫓겠다며 민족주의로 전략을 수정했으나, 승기를 잡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1차 투표 3위 후보인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의 지지까지 얻어내며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튀르키예의 독특한 입지 탓에 이번 선거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스웨덴의 가입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편을 들었다. 또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워 성소수자 인권을 탄압하는 등 서방과 갈등을 겪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곧바로 서한을 보내 "국가 주권을 강화하고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튀르키예 국민의 노력에 대한 증거"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양국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인적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앞으로도 양국 간 현안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클르츠다로을루 "민주주의 위해 계속 싸울 것"
그러나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 꼭 필요했던 우크라이나 곡물 선적을 허용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를 자처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임기를 맞이하며 국내외에서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튀르키예를 넘어 세계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경제 위기를 촉발한 저금이 정책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떠난 민심까지 되찾을지는 불확실하다.
1차 투표 때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AKP 단독 의석이 5년 전 295석에서 268석으로 크게 줄어드는 등 '경고음'도 울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임기를 5년 더 연장해 30년 집권에 도전할 전망이다.
반면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 서서 "이번 선거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를 바꾸려는 국민의 의지가 분명해졌다"라며 "튀르키예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앞에 기다리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며 "나는 나의 투쟁을 계속할테니 여러분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
공유하기
튀르키예 선택은 또 에르도안... 종신집권 길 열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