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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앞 5.18 왜곡 현수막, 어떻게 가능했나

옥외광고물법 맹점 활용해 게시... 자유당 "윤석열 정부, 5.18을 헌법에 넣겠다 해서..."

등록 2023.05.29 18:20수정 2023.05.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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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 걸린 5.18민주화운동 폄훼 현수막. ⓒ 독자 제공


"무기고 털어서 총도 좀 훔쳐주고 장갑차도 훔쳐 타고 교도소 습격도 해주고 도청에 다이너마이트도 설치하고 방송국 방화쯤은 해줘야 5·18민주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에 자리한 서울경찰청 입구 사거리에 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자유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붉은색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프린트해 후원계좌와 함께 걸었다. 현수막 내용에 따르면 게시 기간은 2023년 5월 15일부터 29일까지다. 

그러나 해당 현수막은 명백하게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이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을 뜻한다. 

그런데도 자유당은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 버젓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법 사각지대 파고들어 5.18 폄훼 왜곡 현수막 게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러한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는 직접적인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의 경우 정당은 별도 신고나 허가 없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제8조(적용 배제) 표시 및 설치 기간이 30일 이내인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허가 및 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 및 제한 등에 관한 제4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 및 설치하는 경우


- 정당이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 및 설치하는 경우

이러다 보니 이를 규제해야 할 지자체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은 오히려 '해당 현수막은 당의 통상적인 활동에 따라 허용되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답만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제주4.3을 앞두고 자유당 등 단체가 제주도에 전역에 4·3사건을 폄훼하는 현수막을 걸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제주선관위는 자유당이 정당법을 어기지 않는 것으로 보고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았다.

하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됐고, 결국 제주시청과 서귀포시청은 제주 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13조를 근거로 제주 전역에 걸린 '4.3 폄훼 현수막' 수십 개를 전격적으로 철거했다. 

제주 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13조에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됐다.

물론 5.18민주화운동법에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5.18 폄훼 현수막, 서울경찰청·대검·헌법재판소 등에 걸려 

해당 현수막을 게시한 자유당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에 "현수막 내용은 역사적 사실"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5.18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기관에 이를 걸어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묻고, 이를 공론화해 이야기 나눠보자는 의미로 게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9일 철거 후 다시 걸 것이냐'는 질문에 "대검과 헌법재판소 등에 게시한 현수막에 대해서는 추가로 기간을 더 늘려서 현수막을 더 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자유당은 서울경찰청 앞을 포함해 경찰청, 대검찰청, 헌법재판소, 국회, 법무부, 서울시청 등 서울 시내 주요 기관 일곱 곳에 해당 현수막을 게시했다.
#5.18민주화운동 #5.18 #폄훼 #왜곡 #자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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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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