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씨.
충북인뉴스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슬로건은 '교육의 품에서 한명 한명 빛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충북의 모든 아이들이 공교육 안에서 한명 한명 다 빛날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교육 안에서 빛나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충북의 공교육은 충북의 모든 아이들을 품지 못한다. 은여울중·고등학교가 생기면서 일부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아직도 '대안'을 절실히 원하고 있고, 또 찾고 있다.
은여울중·고등학교 학부모인 김지윤씨도 그랬다. 공교육에서 '대안'을 찾고자 부단히 애썼고, 그만큼 괴로웠다. 3년 전, 비로소 '대안'을 찾은 그는 이제 이렇게 호소한다.
"아이들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아이들은 성향도, 특징도 다 다릅니다. 공교육에 맞는 아이가 있는 반면 대안학교가 맞는 아이도 있고, 내면이 단단한 아이가 있는 반면 상처에 취약한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안학교 학생이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불량한 아이들, 문제아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김지윤씨는 그동안 공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겠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김지윤씨가 지적하는 공교육의 문제, 그가 원하는 '대안'은 과연 어떤 모습이길래 처음 본 기자에게 '성토'에 가까운 말을 하는 걸까. 김 씨는 자신의 자녀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내 눈물을 글썽인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은여울 문 두드렸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는 입학한지 한 달 만에 학교 선배로부터 맞았다.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학교로 달려갔더니, 아이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자국이 가득했다. 행동이 느리고 어눌하며, 말수가 적었던 아이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고, 이를 본 김씨 또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담임교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왜 맞았는지, 얼마나 맞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는 선배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것이 맞은 이유였다. 더욱이 이후에 담임교사는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모르고 느리며 학습을 잘 따라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특수교육을 권했다. 그러나 막상 특수교육을 문의하면 너무 '똑똑'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에서 진단받은 아이의 지능지수로 장애진단을 받을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학습을 따라오지 못하고 신경 쓰인다고 했어요. 여러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내 아이한테만 집중하기 어렵다고도 했구요. 선생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그럼 우리 아이는 어떡해야 하나요? 도움 받을 곳도, 상의할 곳도 없었어요."
결국 김지윤씨가 한 선택은 작은학교로 전학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수가 적으니 좀 더 세심한 교육이 가능할 거라 기대했다. 그 후에도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두 번의 전학을 더 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인근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학이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 나 학교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았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잘됐다'라고 말을 해줬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방법이라는 것이 기가 막혔습니다. 급식시간에 자기는 밥을 먹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 물을 떠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것을 교사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김지윤씨는 벼랑 끝에서 호소한다는 심정으로 은여울중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그는 자신에게 공교육은 '상처 그 자체'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맞으면서도 나는 맞을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맞았을거야'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 '나한테 문제가 있으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거야'라고 자책하게 만드는 교육. 김지윤씨는 "저에게 공교육은 그런 곳이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