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경계경보 문자는 오발령 사항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5월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행정안전부는 서울시가 6시41분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연합뉴스
대피 준비를 하라는데, 재난 문자를 다시 읽어봐도 어디로 가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북한에서 뭔가를 이미 쏜 건지, 아니면 쏠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도 말이다.
어디로 가야하든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3년 넘게 같이 산 고양이가 나와 함께 대피할 수 있는지'였다. 대피해야 할 곳이 어디든 사람들이 많이 몰릴 거고, 자연히 반려동물 출입은 제한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화재 때문에 집을 잃은 이재민 중에서도, 제공된 숙소에 반려동물이 들어가지 못해 대피를 포기한 사례마저 있다는 걸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결국 나는 선택해야했다. 혼자 짐을 챙겨 나서야 할지, 아니면 고양이와 함께 집에 남을지를 말이다. 위험하다는데 고양이를 혼자 집에 남겨둘 수는 없다고 생각이 정리될 즈음, 고양이가 놀랐는지 침대 위로 올라왔다.
등을 쓰다듬으며 고양이를 진정시키는 사이, 휴대폰 재난 문자 알림이 한번 더 요란하게 울렸다. 뒤이어 민방위 사이렌 소리도 반복됐다. 또다시 놀란 고양이는 소리나는 휴대폰을 피해서 침대 옆 캣타워로 피신하듯 올라갔다. 이렇게 겁 많은 고양이를 두고서 혼자 갈 수는 없지 싶었다.
알림 문자를 확인해보니, 이번엔 행안부가 보낸 '서울시의 경계경보는 오발령'이었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헛웃음이 났다. 고양이와 함께 대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대피를 포기하자는 애틋한 결심까지 했는데 오발령 소동이었다니. 20여 분이 지나 또다시 서울시는 북한 미사일 발사로 위급 안내문자를 발송했고, 경계경보는 해제되었다고 알려왔다. 행안부와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도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