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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살 넘은 느티나무 보며 숨고르기... 강화 고찰에서 찾는 마음의 평화

연꽃이 떨어지는 위치마다 세워진 절, 고려산 청련·백련사

등록 2023.06.03 11:48수정 2023.06.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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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 자락의 절집 마당에 오르니 한낮의 빛을 잔뜩 받은 초파일의 연등에 간절한 염원들이 매달려 있다 ⓒ 이현숙


아이-뷰 바로가기 (https://enews.incheon.go.kr/)

인천 강화도의 오래된 숲에는 이미 푸르러진 노거수들이 세상을 막아주는 듯한 고요한 사찰이 있다. 


진달래꽃이 온 산을 물들이던 고려산 자락에 있는 청련사와 백련사에 오르면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이 무렵의 두 절을 품고 있는 고려산의 울창한 숲은 짙푸르다. 이름도 마치 세트처럼 청련사, 백련사다.

오래된 나무가 든든히 지켜주는 절

강화의 고려산에는 청련사, 백련사, 적련사, 흑련사, 황련사라는 다섯 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전하는 말에는 천축국의 이승(異僧)이 우물에 피어난 연꽃을 신통력으로 허공에 날려서 그 꽃이 떨어지는 위치마다 각각 절을 세웠다. 이름하여 연꽃 사찰이다.

지금은 백련사, 청련사, 적련사가 남아있는데, 적련사는 붉을 적(赤)자가 자주 불을 나게 한다 하여 쌓을 적(積)으로 바뀐 적석사가 됐다. 사라진 황련사는 현재 보만정지라는 절터로 보존 중이고 흑련사는 고려산 일원에 존재했었다는 기록만 남아있다.

강화의 고비고갯길을 넘어가면 나타나는 청련사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맞아준다. 오래된 나무들이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주는 절이다.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강화도를 향한다면 청련사를 먼저 만나게 된다. 고비고갯길을 넘어 조금만 더 달리면 오래된 나무들이 배경을 이루는 사찰이 보인다. 입구부터 가지가지마다 녹색이 피어오르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보인다. 수령이 300년이 넘었다.

옆으로는 은행나무가 백 년 수령을 훌쩍 넘었다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숲의 나무들이 대부분 이처럼 수백 년의 나이테를 지녔다. 이미 초록으로 울창해진 거목들로 둘러싸인 사찰이 이렇게나 고적해서 단박에 평온해진다. 오래된 숲에 들어앉아 야단스럽지 않고 단아한 고찰에 금방 스며들었다.

청련사는 고구려 장수왕 때 천축조사가 강화의 서쪽 고려산 기슭에 창건한 조계종 사찰이다. 강화 유일의 비구니 사찰이다. 오랜 세월 동안 워낙 낡은 절이어서 그 후 몇 차례의 중건과 중수를 거쳐 지금의 큰 법당을 세웠다. 절 마당에 서면 단정한 담장 안으로 대웅보전(大雄寶殿)인 '큰 법당'이라는 현판의 글자가 마주 보인다. 그리고 주련이라고 하는 기둥에 세로로 쓰인 글씨 또한 한글이다.

'온 누리 티끌 세어서 알고/ 큰 바다 물을 모두 마시고/ 허공을 재고 바람 읽어도/ 부처님 공덕 다 말 못 하네.'

때마침 지나가시던 스님께서 법당 안의 보물인 불상 이야기를 전한다. 천정에 정렬된 연등과 조선 후기의 탱화와 함께 법당 한가운데 모셔진 고려시대의 불상인 보물 1787 목조여래좌상은 귀한 품격으로 빛난다. 절로 두 손이 모인다.

사찰 위편으로는 담쟁이로 뒤덮인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작은 암자 원통암이 보인다. 1984년 청련사와 합병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었는데 이날따라 닫혀있다. 담쟁이의 초록빛이 초여름 볕에 유난히 반짝인다.

산길 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양쪽으로 느티나무를 두고 승탑이 모셔진 숲이 나온다. 승탑은 스님들의 무덤을 상징한다. 유골이나 사리를 모셔두는 일종의 부도라고 한다. 당화당과 은화당이라는 당호를 가진 두 기의 승탑이 마치 버섯모양처럼 생겼다. 승탑 부근의 커다란 나무 아래엔 연륜 깊은 부부가 평화롭게 앉아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두런두런 나누는 모습이 숲의 풍경처럼 아름답다.

절 마당으로 다시 내려가니 저쪽 산속에서 산행 중인 일행들이 숲길을 걸어온다. 고려산 자락을 따라 이곳을 출발점으로 하는 청련사 산행코스이기도 해서 이따금 한두 명씩 묵묵히 숲길을 걷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몽골몽골 솟아나는 땀을 식히고자 물 한 바가지 들이키고 종무소 앞의 700살이 넘은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는 이들의 건강한 하루를 본다. 장대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이곳을 오고 가는 이들에게 청정 도량의 맑은 기운과 쉼을 전하는 청련사의 숲이 유독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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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읍 국화리의 고려산 기슭의 청련사에 들어서면 소박하고 단정함에 스르르 마음의 정화가 시작된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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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주변의 트레킹 코스를 돌고 들른 절 마당의 오래된 나무 아래서 쉬며 물도 마시고 유서 깊은 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산행꾼들의 힘찬 움직임이 즐겁다 ⓒ 이현숙


■ 청련사(靑蓮寺)
인천 강화군 강화읍 고비고개로 188번 길 112 청련사/ 국화리 550


백련사의 돌계단에 올라

고려산 중턱의 백련사는 곡선으로 구부러진 산길을 조금 지나면 보인다. 청련사를 나와 바로 옆의 국화리 마을을 지나 백련사 길로 접어들면 도로 양쪽의 오래된 숲이 서늘함을 느낄 만큼 울창하다. 시골길이 제법 넓다. 봄이면 고려산의 진달래 군락을 보기 위해 이 길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백련사에 다다르니 연등이 화사하게 숲과 조화를 이룬다. 숲이 품고 있는 절을 향해 걷다가 옆으로 내려다보이는 목탑 같은 건물이 근사하다. 오래된 숲과 어울리는 찻집 오련의 뜰에 앉아있는 무심한 여행자의 한낮이 드라마 같기도 하고. 돌계단 옆의 정자와 연못 또한 잘 어우러진다.

오색 연꽃 중에 백련(白蓮)이 떨어진 곳, 한때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도 했다는 백련사는 동국여지승람에 '백련사가 고려산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돌계단을 올라 경내로 들어섰다. 어느 사찰이나 큰 법당이 중심에 있기 마련인데 백련사는 그 자리에 극락전이 있다. 그 앞으로 약 백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지킴이처럼 든든히 자리 잡았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쏟아져 내리듯 쌓여서 은행나무 단풍으로 뒤덮인 운치 있는 절 마당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백련사 뒤편으로는 고려산 가는 길이 이어진다. 숲속 데크길이 아주 길다. 그리고 좁다. 그 길에는 "이제부터 동행인은 당신 자신뿐입니다. 홀로 걸어가야 합니다. 그 시절, 근사했던 인연을 놓친 것도... 알고 보면 나 때문이랍니다"와 같은 글귀가 이어진다.

데크길과 산길을 연달아 걸으며 백련사와 산 능선을 따라 진달래산을 오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산책길이나 동네 마실길 수준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정상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이 아름답다.

흰 연꽃이 떨어진 백련사길이 고려산을 붉게 물들이는 봄날 진달래 철에는 관광객들로 붐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 사람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절이다. 숲을 올라 비탈진 언덕의 석축에 숨은 듯 얹혀있는 백련사의 숲길 또한 더없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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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 다다르니 연등이 화사하게 숲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숲이 품고 있는 절을 향해 걷다가 옆으로 내려다 보이는 목탑 같은 건물이 근사하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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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담장 옆으로 피어난 작약 ⓒ 이현숙

 
■ 백련사(白蓮寺)
인천 강화군 하점면 고려산로 61번 길 270/ 부근리 231

글·사진 이현숙 i-View 객원기자, newtree1401@naver.com

 
#백련사 #청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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