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 울타리 냄새가 나는 찔레꽃
용인시민신문
이른 봄 들길에서 만난 풀꽃 중에는 추위를 지나자마자 부지런 떨며 씨앗을 만든 것들이 있었다. 일찍이 꽃대를 올려 노란 꽃잎이 바람 따라 하늘거렸던 뽀리뱅이는 애지중지 기른 씨앗을 작은 솜털로 감싸 안고 편히 살 곳으로 보내기 위해 노심초사 중인 듯했다.
소리쟁이는 어느새 긴 꽃대 줄기에 씨앗을 주렁주렁 매달고 둑 옆에 전사처럼 서 있었다. 봄이 오면 어머닌 소리쟁이 여린 새순으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다. 소리쟁이는 독이 있어서 잎이 연할 때만 캐다가 먹었는데, 소리쟁이 된장국은 어머니 손맛이 그리운 음식 중 하나다.
비탈진 둑 언덕을 따라 노란 꽃이 지천이다. 이 꽃은 줄기를 자르면 노란 물이 나와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어릴 땐 독초인 줄 모르고 줄기나 잎을 따서 손톱에 매니큐어처럼 바르기도 했다. 꽃이 진 곳에는 손가락처럼 생긴 씨앗 꼬투리가 아침 인사를 하듯 반겼다.
꼬투리 속에 가득 담긴 씨앗들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은 애기똥풀은 씨앗 하나하나에 지방과 단백질 성분이 들어있는 엘라이오좀을 작은 점처럼 만들어 놓는다. 해마다 개미는 씨앗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작은 영양 덩어리만 떼어먹고 집 근처에 내다 버린다. 애기똥풀은 씨앗을 멀리 보내는데 성공했다. 애기똥풀과 개미가 함께 협동해서일까? 넓은 둑이 애기똥풀 왕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민들레는 봄부터 가을까지 수시로 노란 꽃을 피우는 서양민들레가 대부분이다. 민들레는 겉모습만 보면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가 금방 구분이 된다. 꽃받침처럼 생긴 총포가 아래로 젖혀 있고, 노란색 꽃이 서양민들레다. 반면 총포가 꽃대를 감싸며 연노랑과 흰색 꽃을 피우는 게 토종민들레다. 요즈음 갓털을 달고 있는 민들레 씨앗들은 낙하산 모양을 하며 한창 어미 곁을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