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흰여울마을의 한 카페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박여울
3월부터 육아휴직 중인 나는 이전과 달리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가정 보육 중인 아이가 한 명은 꼭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8, 6, 3세 아이가 모두 학교와 기관을 가기에 낮 시간은 오로지 내가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어진 일들도 많다. 이루 글로 다 쓸 수 없는 많은 집안 일과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세 아이와 관련한 일들 또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5월의 한 날 내 육아휴직을 돌아보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침, 그리고 저녁 시간을 모두 육아하는데 쓴다. 주말도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어찌 흘러가는지 모른 채로 두 달을 흘려보내고 말았다는 자각이 들었다.
5월의 첫 주가 지나자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래서 이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도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주말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한 주일의 끝 무렵'이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까지를 이르는데 그 주말을 맞이하는 편안함이 세 아이를 기르는 내게는 없었다. 그렇다고 집안 일과 육아를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과 직장인들이 긴장을 내려놓고 평일과 다른 루틴으로 살 수 있는 주말처럼 나도 나만의 시간으로 맘 편히 누리는 때를 따로 떼어 가지고 싶었다.
시간이 한정이 없다면 나에 대해 깊이 돌아보기 힘들다. 그날그날 그저 기분에 따라 하고 싶은 걸 하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곱씹어 보고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결국 5월부터 평일 중 하루는 나를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나만의 '주말'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한 것이다. 집안일로부터 벗어나 등교/등원 그리고 하교/하원으로 하루 만 이천 보를 걸을 수밖에 없는 삼남매의 엄마가 아니라 오롯이 나(박여울)로 살기로 했다.
처음 용돈을 받았을 때 이 돈으로 뭘 해야 제일 좋을까 피식피식 웃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7일 중 나를 위해 쓸 나만의 시간은 평일 6시간 남짓이지만 '과연 내가 뭘 해야 행복할까?'라는 새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뭘 해야 행복할까
5월 11일 목요일 나만의 첫 주말이었던 날, 목적지는 영도 흰여울마을로 정했다. 내 이름 두 글자가 들어간 흰여울마을. 여기를 알게 된 건 5년도 더 전인데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아 차일피일 방문을 미뤘던 곳이다.
급한 집안일을 새벽부터 시작해 마무리 짓고 나서 세 아이를 기관으로 데려다주었다. 이어서 그토록 궁금했던 흰여울마을을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뭐라고. 지하철 남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는데 갑작스레 눈물이 차올랐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게 그저 꿈같고 설렜다. 골목골목마다 그리고 카페와 상점을 비롯한 여러 곳에 '여울'이라는 단어가 넘실거리니 마치 나를 환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다음 주 수요일에는 몸이 너무 피곤해 집안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시간 반을 침대에서 뒹굴며 이른 낮잠을 자고 휴식하기만 했다. 잘 쉴 줄 모르는 나는 나름 용기를 내어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것이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워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했다.
또 그다음 주 수요일에는 글쓰기에 대한 우울감이 커져 대형 서점을 찾았다. 내 인생 처음으로 시집의 제목으로 마음에 위로를 받아 눈물이 흐르는 경험을 했고 책이 나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