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엄마로 살다 느낀 혼란... 나로 살 수 있게 한 건 미술"

[인터뷰] 한국미술협회 용인지부 김호선 작가

등록 2023.06.08 11:06수정 2023.06.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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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협회 용인지부 김호선 작가 ⓒ 용인시민신문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에요. 그런데 미술에 있어서는 저도 모르는 힘이 보일 때가 많아요. 정말 신기하죠."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소개하던 모습도 잠시.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을 빛내며 열정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국미술협회 용인지부 소속 김호선 작가이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대회에서 큰 상을 받고,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단상에 올랐을 때 처음으로 '내가 미술을 잘하는구나!'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김호선 작가. 오래된 기억이지만 당시 모습은 어떤 기억보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김 작가와 미술의 동행이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주관이 뚜렷했어요. 하고 싶은 건 꼭 했고요. 부모님도 미술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미술 시간이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잘하기도 했지만요. 제 그림은 언제나 게시판에 붙어있었어요. 조회 시간에 단상도 여러 번 올라갔죠. 그때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 열정이 시작됐어요."

그렇게 쭉 미술을 해오던 김 작가는 결혼 후 두 자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당시 남편의 직장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린 자녀를 돌봐야 했고, 좀처럼 작품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녀가 모두 대학에 진학하자, 김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왔단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미국에서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그렇게 아내, 엄마로 살다가 한국에 오니 '내가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체성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저를 세상밖에 '작가'로 끌어낸 건 미술이었어요. 수지구에서 미술강사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거든요. 합격하고 강의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좋아졌어요. 그때 또 느꼈죠. 미술은 제 삶의 원동력이라는 걸요."


어느덧 자녀는 모두 직장인이 됐단다. 유일하게 미국에 남아 직장을 다니는 아들은 귀국했다가 돌아갈 때는 늘 김 작가의 작품을 챙겨간다고 한다. 아들을 비롯해 현재 가족 모두가 아내, 엄마가 아닌 김호선 작가의 작품 수집가가 돼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가족은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자, 후원자예요. 힘들고 내려놓고 싶을 때 일어설 수 있게 하거든요. 제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고 어떤 것을 하던 늘 응원해줘요. '오늘 하루는 작품에만 몰입하고 싶어'라고 하면 무조건 알겠다고 하고 제가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줘요. 작가로서의 김호선을 인정해주는 거죠. 그래서 저는 행복해요."

'작가 김호선'으로서 미술을 할 수 있어서, 예술가로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김호선 작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 건 예술이라고 한다. 강의를 해오며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의 이야기가 그림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단다.

"수강생 중에 70대 어르신이 있어요. 태어나서 처음 그림을 그려본다고 했는데 너무 잘하는거에요. 작품을 보고 그분의 자녀도 너무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함께한 수강생들 미술로 행복해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뿌듯했어요.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있다는 건 제 삶의 기쁨이에요."

용인에서 활동하며 미술을 가르치고, 자신의 작품 전시 활동도 꾸준히 해오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호선 작가. 발전해가는 용인이 신기하면서도 '시립 미술관'이 없다는 점은 작가로서 아쉽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나 장욱진 선생을, 작품을 좋아한다는 김 작가는 시립미술관이 없어서 그의 작품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에 더욱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미술을 즐기는 인구는 적다고 해요. 그런데 요즘 많이 달라지고 있죠. 관심이 높아질수록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될 수있는 기회도 함께 많아져요. 용인에도 좋은 작가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정작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건 아쉬워요. 용인시민들도 용인에서 즐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시립미술관 부재뿐 아니라 수원, 성남과 비교를 당하며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용인시. 그러나 미술 작가들에게 작은 희망은 있다. 용인시가 미술 작품 임대사업을 하며 작가들에게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임대 사업으로 작가들에게 힘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거죠. 지속성을 갖고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는 것, 작품을 판매할 수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거거든요. 용인시에서 미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김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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