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몸풀기가벼운 달리기로 몸 푸는 중. 이날 열사병에 걸려 두통으로 잠을 설쳤다.
오정훈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무조건 "축구해보실래요?"라고 들이댄다. 심지어 출판 편집자로 계약하러 만난 저자 미팅 자리에서 내가 경기에서 첫 골 넣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저자의 지인이 내 축구 친구라 반가운 마음에 들이댔는데, 나중에 "이 언니는 회사 업무로 만난 사람한테도 골 넣은 영상 보여준다더라"고 소문이 나버렸다. "나 그 정도로 분별없는 사람 아니야!" 외치고 싶었지만 보여준 게 사실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자꾸만 '축구하자'고 들이대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발견한 그 낯선 세계를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도 일부라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상대는 어쩌면 이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아니면 학을 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전자의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지만 후자의 마음이 들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경험해보고 '이건 나와 안 맞네'라고 확인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니까.
우리가 살면서 성별이나 나이, 직업, 학력, 장애 유무 등 수많은 장애물 앞에 부딪혀 시도도 못 해보고 '이건 나와 안 맞을 거야' 생각하며 지레 포기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경험해보고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을 좀 더 깊이 알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다. 언젠가 지인은 나와 축구한 하루를 이렇게 적었다.
"나도 오늘만큼은 남자애들처럼 이 문장을 적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공을 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