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참가자의 연주중 화재 경보가 울린 반 클라이번 주니어 피아노 대회화재 경보가 울리자 즉각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연주자와 청중들이 질서있게 실외로 대피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었다.
반 클라이번 대회 생중계 캡처
미국 텍사스에서는 반 클라이번 주니어 국제 피아노 대회가 한창이다. 작년,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이 열아홉의 나이로 우승을 거머쥐어 화제가 되었던 반 클라이번 대회의 청소년 부문 콩쿠르다. 2019년 대회에서는 피아니스트 양지원 양이 3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현지 시간 14일부터 세미파이널이 진행 중이며 한국의 홍석영(15) 군이 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지난 10일, 쿼터 파이널 라운드를 라이브로 지켜보던 중에 갑자기 요란한 알람 소리를 들었다. 집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고 주변도 조용했다. 알람 소리가 멈추지 않아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라이브 중계방송에서 나는 소리였다.
12명의 쿼터 파이널 진출자 중에 마지막 연주자 일본의 모단 오야마(Modan Oyama, 17세)의 연주 중에 현장에서 화재 경보음이 울린 것이다. 주최 측은 연주를 멈추게 한 후 경보음이 울린 이유를 찾고 있다고 안내를 통해 밝혔고, 청중들은 대회 중에 당황했을 어린 연주자를 응원하는 박수를 잠시 보낸 후 빠르게 오디토리움을 빠져나갔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생중계로도 보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화면과 반 클라이번 대회 연관 SNS에 공식 안내도 띄워졌다. 화재 경보로 인해 연주를 마치지 못한 모단 오야마군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연주를 할 것이며 녹화되어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예기치 못한 일로 당황했을 텐데 의연하게 임했는지, 다행히 모단 오야마군도 6명의 세미파이널 리스트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학교에서부터 대피 훈련을 철저히 받는다. 유치원 연령의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학군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월 대피 훈련이 실시된다. 학생들은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각각의 코드를 따라 어떻게 비상 대피해야 하는지 몸으로 익힌다. 경우에 따라 실내 대피 훈련도 있지만 기본 소방 훈련에는 질서를 지키며 재빠르게 실외로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규모 있는 국제 대회를 치르는 중에도 경보음 하나에 주최 측은 연주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청중에게 안내 방송을 하고, 시청자를 위해 안내 화면을 띄우고, 모두가 빠르게 화면에서 사라졌다. 불만이나 소란도 없고 대피하는 중에 어린 연주자를 박수로 응원하기까지 하면서.
어디에 비상구가 있는지, 화재 시 매뉴얼은 무엇인지 머리로 알고 있다고 몸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들고 귀찮다고 대피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안내해야 하는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