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 자연으로 돌려 보내기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안골마을
안골마을은 새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다른 곳에 비해 황조롱이, 딱따구리, 소쩍새가 유난히 많이 산다.
1999년 이곳에 군부대사격장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90% 확정적이었는데 유수종 지부장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과 시민단체,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등이 똘똘 뭉쳐 '총소리가 나면 새들이 지나가거나 살 수 없다'며 사격장 설치를 반대했다. 이후 민간인들이 군부대를 상대로 처음 이긴 선례로 주민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집을 달아주는 활동도 시작했다.
집에서 앵무새 등 여러 종류의 새를 많이 키웠는데 조류협회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새 키우는 일은 그만뒀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새소리를 내면 황조롱이 예닐곱 마리가 하늘을 빙빙 돌며 유수종 지부장을 반겼다는 전설 같은 소리를 웃으며 듣노라니 정말 새소리 흉내를 내준다. 인간의 소리가 아닌 천상의 새소리로 들려 깜짝 놀랐다.
영종도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인천대교를 지나 구조하러 가니 군부대 헬리콥터장에 말똥가리 한 마리가 떨어져 있어 데려다 닭장에 놓고 잘 보살폈다. 얼마 지나 또 영종도에서 신고 전화가 와서 가보니 처음 구조한 그 장소에 말똥가리 한 마리가 떨어져 있어 구조를 해서 닭장에 함께 넣어 주니 두 마리가 서로 좋아했다.
유수종 지부장은 "암수로 부부였는지 생닭 한 마리를 거뜬히 먹고 힘을 내어 살더니 어느 날 닭장의 철망을 다 뜯고 두 마리가 도망을 쳤더라"면서 "그러잖아도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날을 잡으려던 찰나였는데 알아서 자유를 찾아간 거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조류나 동물을 구조하는 이들 부부에게 구청에서 식당 바로 위쪽인 산림청 땅에 조류 계류장을 지어줬다. 구조된 육지 새는 살코기를 먹거나 모이를 주면 되는데 바닷새가 구조되면 미꾸라지라든지 바닷물고기 먹이를 구하는 일이 조금 어렵다.
현재는 송도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생겨 평일에는 신고 건이 확연히 줄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구청이나 119 구조대에 신고가 들어와 구조를 나가고 한 달에 몇 건이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유 지부장의 가스 검침기에서 딱새 부부가 새끼 다섯 마리를 부화시켰다. 옹색한 곳에 새집을 지어 놓고 키우고 있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아본 딱새는 먹이를 주는 동안 동영상을 찍어도 달아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냈다. 새끼가 자라 곧 날아갈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약속한 날보다 기자가 이틀을 먼저 갔는데 새끼 한 마리가 벌써 둥지 탈출을 시도했다.
마당 연못에는 맹꽁이가 살고, 붉은 인동초와 철쭉이 피어 아름다운 꽃동산을 만들어 놓았다. 황조롱이를 구조해 자연으로 날려 보내는 활동을 자주 하는 유수종, 한현주씨 부부가 인상이 좋은 이유를 알았다. 새를 사랑으로 보살피며 관심을 가지고 새들의 먹이를 자비로 구해 자원봉사하는 고운 마음씨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