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택배를 받는 사람들은 기사들이 택배 배송만 한다고 생각한다. 구매처에서 소비자까지 오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예상보다 복잡하다. 기사들은 오전 7시 전후로 모여 택배 분류 작업을 시작한다. 회의가 있는 날에는 더 이른 새벽, 해 뜨는 걸 보면서 출근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평균적으로 오전 7시에 시작한 업무는 오후 7시가 넘어야 끝이 난다.
물량이 많을 경우 심야 배송까지 하면 오후 10시 넘어까지 배송하는데 12시간 넘게 근무하는 거다. 물론 초과근무 비용은 없으며 본사는 택배 기사의 건강을 위해 심야 배송을 자제해달라고 공문을 내린다. 그러면서도 당일배송을 해야 하는 물건은 당일에 배송해달라며 집하점 소장들을 그렇게 채근한다.
집하처 한 곳당 하루 택배 물량은 평균적으로 4000개, 기사가 20명 정도 되니까 대충 나눠도 1명당 200개가 할당된다. 이건 물량이 적을 때다. 많을 때는 기사당 300~400개가 넘는다.
수백 개의 택배를 담당 구역에 따라 기사들이 분류한다. 배송 지역에 대해서 기사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차량에 차곡차곡 싣기 위해서도 기사가 직접 하는 게 낫다. 물론 분류도우미가 있기는 하지만 분류의 주체는 기사가 된다. 가벼운 택배부터 무거운 택배까지 매일 200~400개가 되는 물량들을 들었다 올렸다 실었다 하는데 인간의 허리가 저렇게 버틴다는 게 기사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또 하나 신기한 건 어디서부터 싣고 내릴지를 미리 생각해서 1톤 트럭의 안에서 밖으로 쌓아 올리는 거다. 일반 차량 트렁크에 물건 쌓아 올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마치 '인간 테트리스 머신' 같은 느낌이랄까?
가장 먼저 어디를 갈지 동선을 미리 짜고 그 동선에 따라 물건을 쌓아 올리는데 더러 중간에 택배 빼달라는 고객들에게 이게 왜 어려운지 설명하기 난감할 때가 있다. 어떤 기사는 길거리에 차 세워두고 30분 동안 택배 물품을 찾아서 고객에게 준 적도 있다.
기다림을 못 참고 전화하는 고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