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춘천공장에서 두부를 만들고 있습니다"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풀무원 춘천공장 박엄선 님 인터뷰

등록 2023.06.21 13:15수정 2023.06.21 13:15
0
'친환경'을 표방하는 풀무원은 차별 없는 고용,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보장, 환경권보호를 위시한 '사람존중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풀무원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와 집단 산재 신청, 파업 등을 통해, 풀무원 자본이 노동자들을 강한 노동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내몰아 왔다고 주장해왔다.

그 결과 공정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풀무원 공장에서 두부나 생면, 얼음을 만들어온 노동자들, 지금은 어떻게 작업하고 있을까. 일터의 어떠한 요인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크게 작용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어떤 과제를 고민하고 있을까.

풀무원 춘천공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왔고, 풀무원 춘천지역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엄선 님을 5월 9일, 풀무원 춘천공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풀무원 춘천공장 박엄선 님
풀무원 춘천공장 박엄선 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풀무원 춘천공장 노동자들은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이전에는 두부와 생면, 얼음을 생산했어요. 그러다 경두부는 의령공장으로, 생면은 음성공장으로 통합되었고, 춘천공장에서는 현재 순두부와 연두부, 얼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순두부와 연두부 제조는 콩침지, 마쇄, 포장기, 열탕기, 선별(담기), 냉장창고 이동의 순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침지부터 포장기까지는 기계화되어있습니다.

콩침지는 콩을 불리는 것, 마쇄는 불린 콩을 갈고 삶는 것입니다. 포장기에서는 두유가 나오는 튜브가 두유를 용기에 투입한 후 뜨겁게 열을 가해 실링을 해요. 눌러 붙이는거죠. 그렇게 실링된 제품이 밑으로 떨어지면 컨베이어벨트가 열탕기 쪽으로 이송시킵니다. 실링이 잘 안되거나 튜브가 잘 안 들어갈 때, 두유가 샐 때 등의 문제가 생기면 경보가 울립니다. 그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데, 그러면 노동자들이 대처합니다. 포장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뭔가를 해줘야 하는 거죠. 선별의 경우 로봇이 담기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한데, 선 선별작업을 작업자가 바쁘게 움직이면서 하고 있어요. 냉장고 이동작업의 경우 두부 박스 18개를 로봇이 바퀴 달린 수레에 쌓아주면, 노동자가 그 수레를 20m 정도 거리에 있는 냉장창고로 이동시킵니다.

얼음의 경우 제빙, 세척, 파쇄, 포장, 운반, 냉장창고 적재 순으로 작업이 이뤄집니다. 세척 작업은 이물질이 발견되면, 원빙 중심을 꼬챙이를 이용하여 손으로 깬 후 고압세척기로 세척하는 작업입니다. 포장은 봉지에 담긴 얼음을 박스에 담는 작업입니다. 얼음 공장은 3월부터 9월까지 40여 명의 비정규직 단기 사원을 고용하고 있어요.

작업장 성별 분리는 공고한 편이에요. 두부의 경우 여성들은 주로 선별이나 포장, 세척 쪽에 배치되어 있고, 기계를 조절하는 작업은 주로 남성들이 합니다. 얼음 공장도 포장은 주로 여성들이, 제빙이나 운반 공정은 남성들이 합니다. 춘천공장은 주간 연속 2교대로 운영되고, 주간은 8시 반에서 5시 반, 야간은 5시 반부터 새벽 2시 반입니다."


- 공정이 자동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공정이 자동화, 로봇화가 많이 되기는 했어요. 하지만 기계가 중간에 트러블이 많이 생겨요. 가령 순두부 봉투를 기계가 공기를 이용하여 흡입하며 집을 때, 위치가 안 좋아서 비뚤어지면 일부가 안 찍히는 경우가 생겨요. 그리고 공장 장소가 협소한 것도 문제입니다. 장소가 넓으면 컨베이어를 쭉 펴서 여유롭게 할 수 있을 텐데, 좁다 보니 컨베이어벨트가 꼬불꼬불하게 배치되어 있고, 순두부가 휘어서 이동하면서 트러블이 많이 생겨요. 그럴 때는 사람이 들어가서 기계를 세우거나 하는 등 계속 대처해야 해요. 라인을 똑바로 펴서 노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노동조합에서는 계속 요구하고 있어요.


문제가 생기면 삑삑 소리가 크게 울려요. 기계 소음도 있어서 알아들으라고 크게 울리는 거죠. 소리가 너무 커서 그 소리가 꿈에도 나타난다는 조합원이 있을 정도입니다. 자동화 이후 중량물 취급은 많이 없어졌지만, 노동자들이 만성적으로 긴장하면서 계속 신경 쓰며, 문제를 대처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더욱 증가했습니다."
 
 춘천공장에서 순두부 포장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
춘천공장에서 순두부 포장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박엄선
 
- 풀무원 춘천공장 노동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나요?

"회사는 현장에서 필요한 인원이 아니라, 기계 트러블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인원을 얘기하고 있어요. 그건 맞지 않죠. 늘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해왔고,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력 기준은 당연히 작업자 기준에 맞춰야 해요. 그리고 장기 휴가나 병가, 산재 요양자에 대한 부분을 고려한 여유 인원을 배치해야 하죠. 예전에는 산재자가 나오면 아르바이트라도 고용했는데 지금은 꿈쩍도 안 해요. 사람 하나 빠지면 그만큼의 생산이 좀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죠.

얼마 전 풀무원이 생산량을 늘리려고 포장기를 한 대 새로 도입했어요. 그렇게 설비를 늘렸으면 인원 보충을 더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어요. 더군다나 최근에 생산 라인에서 질병으로 인해 한 명이 빠졌는데도 그 인원 보충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원은 보충하지 않고, 설비도 펴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량은 늘어나니 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죠."

-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 이후 노동 강도는 어떻게 달라졌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휴식 시간이 15분으로 매우 부족했어요. 휴식 후 다시 공정으로 들어가려면 에어 샤워도 하고 손도 닦아야 해서, 실질적으로 거의 못 쉬었어요. 그리고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했죠. 저희가 2004년 총파업을 할 때 요구 중 하나가 '일요일은 쉬고 싶다'였어요. 지금은 주 5일 일하고 휴식 시간도 30분으로 늘어나면서 노동 강도가 낮아지기는 했어요.

저희가 2003년부터 근골격계 투쟁을 했잖아요. 지금도 근골이라고 하면 꾸준히, 망설이지 않고 산재 신청 들어가고, 1인 시위 등 투쟁도 합니다. 지금은 로봇이 작업한다고 하지만, 옛날에는 두부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서 담았어요. 하루 5만 개 정도를 담았죠. 또 자기 키보다 높게 두부를 쌓거나, 제품 불량이 나오면 추운 냉장실에 들어가서 일일이 점검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2018년에 조합원 한 분이 그 작업으로 인한 회전근개 파열이 생겨 산재 신청해서 승인을 받기도 했죠. 지금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높이에서 작업한다거나, 성형판 등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을 하지는 않아요. 작업장에 리프트를 설치하거나 발판을 만드는 등 요인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줄여왔고, 변화를 만들었죠.

하지만 오랫동안 일 하면서 누적되어온 부담들은 계속 남아 있어요. 현재도 조합원들은 어깨와 손 부위 통증을 많이 호소해요. 많이, 강하게 일했던 노동 강도가 조합원들의 몸에 병이나 통증으로 남아 있는 거죠. 또 면을 만들 때 손을 사용하여 몇 번씩 꼬아서 포장하는 작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했는데, 풀무원은 그런 작업을 의령 등 다른 공장으로 상당 부분 외주화시켰어요. 유해 요인이 이전되어서, 춘천에서는 하지 않을 뿐입니다."

- 2000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활동 해왔는데, 활동을 유지해왔던 원동력과 아쉬움, 고민이 있다면요?

"조합원들이 조합을 신뢰하고 같이 투쟁하며, 성과들을 같이 받아 안아오면서 조합을 유지해왔던 것 같아요. 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지경이기도 했고요. 활동의 시간을 거치면서, 어쨌거나 조합원들은 혼자 감수하려 하지는 않고, 문제가 생기면 빨리 조합으로 오는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은 소수 노조라 교섭권은 없지만, 투쟁을 미루거나 주저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노동조합이 근골격계나 인력확보를 비롯한 여러 투쟁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풀무원 음성공장에 민주노조를 세우려고 몇 년 동안 공을 들였어요. 거기가 가장 큰 공장이기도 하니까요. 결과적으로 잘 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죠. 그리고 노동 시간을 다시 늘리려는 시도를 지금 자본이 하고 있잖아요. 이에 대해 계급적으로 어떻게 모여 막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미온적으로 대응해서 60시간으로 약간 줄어드는 등, 조금이라도 밀리면 자본은 이를 절대 놓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IMF가 닥쳤을 때 노사가 살아남기 위한 명분으로 비정규직이 생겼고, IMF가 끝나도 비정규직은 더 늘어나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개악된 노동 시간이 정착된다면 매우 긴 시간 지속될 것 같아요. 정말 더 약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될 거고요. 그렇기에 더욱 결사적으로 싸워야 한다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인 조건희 님이 썼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6월호에도 실립니다.
#풀무원_노동자 #인력부족_노동강도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