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성호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사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와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에서 패소하면서, 690억 원의 법무 비용과 이자 등 총 1300억 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소의 원인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부당 개입한 책임자들에 있다면서 이들이 패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비롯한 국정농단 관련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용우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이번 판결에서 엘리엇이 제시한 입장문을 보면 명확하게 기술된 구절이 있다"라며 "'대한민국 검사와 법원 판결에 국가가 국민연금에 부당하게 개입해 투자자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판결의 의미를 본다면 정부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에 중립적으로 행사돼야 하고 적법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라며 "만약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 투자자 손실 입히면 책임 따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결정, 부당 개입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엘리엇 측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국내 재판 결과를 제시했다.
엘리엇은 2021년 11월 구술심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직권을 남용했다"며 "몰수 수준의 합병이 없었다면 삼성물산의 가치 상승을 통해 엘리엇은 장기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2019년 국정농단 사건 관련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했다고 판단한 것이 그 근거였다.
결국, 이 원내부대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문형표 전 장관, 홍완선 전 본부장 등이 배상금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 원내부대표는 이와 함께, 회사 임원의 행위로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회사가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상법 제382조의3엔 회사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 있다"며 "주주에 대해 회사 임원이 책임질 이유는 없고 회사의 이익에만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조항이 포함된다면 정부 정책이나 의사 결정이 잘못됐을 때 소액주주들이 배상을 요구할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