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조끼 나눠 입고 시합 중.
오정훈
축구 초보들을 보며 나를 떠올린다
축구를 취미로 삼은 지 1년 반, 어느덧 어엿한 2년차 축구인이 되었다. 처음에 들어간 팀은 내가 느끼기에 실력의 벽이 너무나도 높았다. 다른 이들은 공을 찬 지 만 1년이 넘었고, 나는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차이도 잘 모르던 상태. 초보자에게 1년은 말도 못하게 거대하다. 내가 뭐 하나라도 비슷하게 흉내내면 "나이스, 나이스" 외쳐주는 친구들의 외침이, 내가 정말 잘해서가 아닌 일종의 추임새임을 모르지 않았다.
인생의 모토 중에 하나가 '남에게 폐 끼치지 말자'인 내게 '민폐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축구 인생은 도통 적응되지 않았다. 팀에 가입한 지 2개월차, 한번 내린 결정을 쉽게 번복하지 않는 나로서는 큰 결심을 했다. 팀의 걸림돌이 되지 말고 그냥 내 그릇에 맞는 곳을 찾아 나서자. 주장 황소에게 독대를 신청한 뒤에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나를 가만히 앉혀놓고 이야기했다.
"언니, '행복 축구(즐기는 수준에서 하는 축구)'는 다른 데에서도 할 수 있잖아. 우리랑은 진짜 축구를 하자. 내가 도와줄게."
나는 누군가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면 지나가는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며 길을 걷는 브레이트 시인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축구 친구가 나를 붙잡아주니 차마 그 자리에서 돌아설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붙잡는 손길은 그가 아닌 나를 위한 것임을 너무 잘 아니까. 가장 못하는 친구가 나간 자리를 더 잘하는 이가 메꾸는 편이 팀 전력에 훨씬 도움 될 텐데, 그러지 말고 소속감 가지고 함께하자는 이유는 단 하나, 나를 같은 팀 팀원으로 생각해주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