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위에 새겨진 기념한국을 위해 함께 싸웠던 미 해병대 전우들을 기리고 있다. 마지막 줄의 Semper Fi는 절대 충성 혹은 항상 충성이라는 미 해병대 구령이다.
장소영
일상 속에 있는 '작은 현충원'
작은 현충원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작은 기념 공원은 주민들이 늘 드나드는 공원 내 산책로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원을 서치하면 제일 먼저 뜨는 이미지도 참전 기념 타워이다. 근처에는 나무 그늘 아래 주민들이 소풍을 나와 있고, 조깅을 하거나 근처 작은 호수로 사진을 찍으러 가는 주민들도 기념 공원을 지나게 되어 있다.
조깅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읽고 있는 이를 본다. 조국을 위해, 이웃 나라를 위해, 파병되고 산화한 이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이 일상 안으로 들어와 있다. 시간을 내어 멀리 가지 않아도.
부산 유엔 묘지도 시내에 있지만 시민들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엄숙한 분위기도 간극을 두게 한다. 문화마다 추모의 무게가 다르긴 하지만, 누군가를, 어떤 일을 기억하는 일이 분리된 공간, 무거운 분위기로 일률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비극적이고 힘든 일이라 해도,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가 누렸어야 할 일상이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커다란 흉상이나 시민들의 걸음을 거치게 하는 시설물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거리 위에서 아프고 쓰린 기억과 감사와 추억이 보듬어 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