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영감을 준 수많은 음악가의 초상을 그렸다작가에게 영감을 준 수많은 음악가의 초상을 그렸다
김소라
스물 일곱 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커트 코베인은 90년대를 상징한 록스타였다. 고등학교 중퇴 후 가족을 떠나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청소부 같은 잡일을 하다가 펑크 록을 알게 된 후 기타에 빠져들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베이시스트 크리스 노보셀릭과 함께 '너바나' 밴드를 결성했다.
인디 밴드 시절 그는 하루 9시간 이상씩 연습을 하는 정열적인 음악인이었다. 하지만 만성적인 위염과 복통으로 인한 고통과 조울증, 기관지염, 척추측만증 등 알 수 없는 원인의 병을 달고 살았다. 그럼에도 너바나 1집의 흥행과 라이브 공연 등으로 팬층을 형성했고, 90년대 들어서면서 기대주로 떠올랐다.
메이저 데뷔 음반인 'Nevermind'는 빌보드 1위를 달성하게 된다. 너바나와 코트 코베인은 세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 1994년 4월 5일 자신의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기와 명예의 정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생애로 인해 전세계 음악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렇듯 모든 예술가는 자신만의 서사가 있다. 화가 유규 작가의 삶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발적 소외를 선택한 후 2010년부터 제주에 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의 거주지이자 작업실은 서귀포 화력 발전소 인근의 외딴 컨테이너이다.
도시의 빛과 소음을 벗어난 자연의 야성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곳에서 종종 신이 머무는 순간을 경험했다. 바로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그가 경험한 신의 선율을 그린 작품이라니! 관람객은 거친 붓터치와 어둠 속의 빛과 색으로 알 수 없는 찬란한 희망을 맛보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규 작가는 "예배당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신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우리의 성소(聖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