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인이 한국군에 입대한 이유

등록 2023.06.27 14:59수정 2023.06.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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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교육 수료를 명 받았습니다!" 변진호 훈련병이 수료식날 논산훈련소 인근 스타벅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그는 특전사 예하부대인 국제평화지원단에 차출됐다. ⓒ 변진호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캐나다인 변진호(25)씨는 한국이 더 그리워진다. 군대에서 만난 동기들과 선임들이 그리워서다. 캐나다서 태어난 한인2세 진호씨는 한국 군대를 갈 필요가 없음에도 특전사에 자진입대해 2년 가까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으로 열심히 복무했다.

그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한국서 겪은 군대생활을 추억하며 부대에서 만난 동료들과 안부를 주고받는다. 현재 캐나다 해밀턴의 맥매스터 대학교(McMaster University)에서 생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여름방학 때 오랫만에 한국을 들러 군대서 동고동락을 함께 한 상사·동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997년 토론토서 태어나 복수국적을 가진 그는 2018년 논산 훈련소를 거쳐 인천 계양구의 국제평화지원단에서 1년 9개월 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2020년 7월 캐나다로 돌아왔다. 국제평화지원단은 흑룡부대로 유명한 5공수특전여단의 새 명칭으로, 유엔 평화유지활동 임무수행을 위해 2010년 7월 창설된 특전사 예하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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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지원단 부대원들과 함께 통역병을 맡은 변진호 일병(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아덱스 전시회에서 부대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변진호


안 가도 되는 군대를 그가 굳이 자원한 이유는 애국심이 가장 컸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픈 마음도 강했다. 한때 한국에 역이민한 부모님과 떨어져 8년 가까이 캐나다서 혼자 자취생활을 한 탓에 집단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그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캐나다로 이민가는 전날 가족과 '암살'이란 영화를 시청했는데 가슴 한켠에 불타오르는 애국심을 처음 느꼈다. 친일파를 저격하는 독립군이 '알려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고 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심장이 요동치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한국군 입대를 선포한 날, 가족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런저런 걱정을 쏟아냈다. 그것도 잠시, 아들의 강한 추진력을 아는 엄마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사촌형이 "멋지다"를 연발하며 적극 응원했을 땐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즉, 캐나다 시민의 시각으로 볼 때 한국의 군대문화는 두려운 대상이다. 한국계를 만난 캐나다인 친구가 한국 군대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자세히 묻는 것도 그 이유다.

2018년 11월 논산 훈련소에 입대하던 날, "그야말로 모든 게 생소하고 얼떨떨했다"는 변씨는 "동기들과 처음 만났을 때 서먹한 분위기로 말도 안하고 눈치보기에 바빴는데 나중엔 농담도 거리낌없이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해졌다"며 "새벽에 일어나야하는 괴로운 불침번도, 숨이 막힐 것 같이 고통스러운 완전군장 행군도, 모두 익숙해졌지만 훈련소 동안 부모님과 통화할 때 만큼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엄마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회상했다.

특전사 시절 그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다가 오른쪽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한 적도 있다. 뛰어난 영어실력 덕분에 여러 행사를 다니며 통역병으로 주로 활동했으나 그 역시 군대 내무반에서 벌어지는 체벌은 피할 수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체벌은 강력히 반대한다. 유독 나를 오랫동안 괴롭힌 선임이 하나부터 열까지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쏟아낼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한국의 병역문화을 알지 못하는 캐나다 거주 한인 청소년들에게 그는 군대가 인생의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 논란을 일으켰던 가수 유승준에 대해선 안타깝다고 했다.

"군 생활 21개월은 절대 버리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이 아까워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대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다. 나의 경우는 부족했던 한국어 실력이 월등히 나아졌고 여러 배경의 사람들과 내무반에서 서로 부대끼며 다양한 경험을 한 덕에 성격도 한층 성숙해졌다."

한국계 캐네디언(Korean Canadian)으로서 한국 군대는 그가 한국인임을 자각시킨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한인 2세라면 공통적으로 겪는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는 그는 "군대에서 지내는 동안 자격증 공부, 학점이수, 체력단련 등 얼마든지 자기계발이 가능했다. 특전사 경험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것처럼 캐나다에 사는 후배들도 한국 군대를 체험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갑자기 궁금증이 몰려왔다. "누군가 재입대를 권유한다면?" 어떠한 주저함도 없이 "이번엔 반드시 파병을 가고 싶다. 전역할 때 즈음 해외파병 기회가 있었는데, 지원해서 5주 교육까지 받다가 캐나다 대학교의 학업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것이 지금도 후회막급이다. 군대는 평생 접할 수 없는 경험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돈을 벌면서 공짜 해외여행도 가는 행운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캐나다 한국일보에도 개제될 예정입니다.
#군대 #캐나다 #병역 #변진호 #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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