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페에서 귀여운 모양 때문에 주문했던 곰돌이 치즈 무스 케이크.
전윤정
1세기 로마의 작가 아피키우스(Apicius)는 "첫 맛은 눈으로 즐겨야 한다"라고 했다. 그 말은 2천 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통하는 듯하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적 기록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SNS의 영향이 크다.
특히 사진 위주로 올리는 앱 '인스타그램'의 경우 일명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한 음식이 인기를 끈다. 음식의 외양이 특이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맛집 혹은 핫플(핫 플레이스(Hot place)의 줄임말)로 명성을 얻는다. 그러다 보니 음식 맛보다 외양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 시대 자체가 음식 맛을 좌우하는 '시각'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또한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 기름 안에서 바삭하게 튀겨지는 튀김 소리, 견과류의 오도독 부서지는 소리, 샐러드 채소의 아삭한 소리 등 청각도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촉각 또한 맛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지?
작가는 비행기 기내식 맛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식기의 무게도 한몫한다고 말한다. 가벼운 플라스틱 숟가락의 촉감이 맛을 떨어뜨린다며, 용기나 식기가 무거울수록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우리도 배달 음식에 따라오는 일회용 용기와 수저를 사용할 때 종종 느낀다. 지인이 배달 음식을 꼭 집에 있는 그릇에 옮겨서 먹는다고 해서 귀찮지 않을까 했었는데,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릇이나 식기가 무거울수록 포만감이 높아진다고 하니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손으로 먹을 때 더 맛있을 때도 있다. 손의 감각이 그대로 미각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초밥의 풍미를 그대로 느끼기 위해 손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물론 젓가락으로 먹어도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책에서 예를 들은 햄버거 역시 손으로 먹을 때 더 맛있다. 아무리 비싼 햄버거라도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다면 그 맛이 나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여러 감각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느냐'하는 사회적 의미 역시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도 불편한 사람과 먹는다면 맛을 느끼기 힘들다.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웃으며 편하게 먹은 음식은 평범하고 소박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옥스퍼드대의 동료인 로빈 던바 Robin Dunbar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함께 먹는 행위는 뇌의 엔도르핀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엔도르핀은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사를 가운데 두고 함께 앉으 면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 행복감과 안녕감, 삶의 목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중략) 식탁이야말로 원조 소셜 네트워크임을 잊지 마라.""
책 <왜 맛있을까>는 요리학과 감각 과학이 합쳐진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의 연구결과를 통해 맛을 느끼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음식 자체보다 음식에 얽힌 여러 경험이 합쳐져 총체적인 맛을 느끼고 기억한다고 결론짓는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감각이 최대한 활성화되었는지, 함께 한 사람이나 분위기가 어땠는지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끼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 식사는 '왜 맛있었을까?'
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찰스 스펜스 (지은이), 윤신영 (옮긴이),
어크로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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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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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맛있다면 '옆사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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