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 수능 시험과 관련된 광고 문구가 쓰여져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 뉴스에서 수능 사태 고교생 의견을 듣는다고 카메라를 들고 갔다. 뉴스의 결론은 고교생들은 정시 확대를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2분 남짓한 뉴스를 보며 열불이 났다. 왜냐면, 고교생 전체를 취재한다면서 서울 목동으로 가서 학원을 마친 학생들만 취재했다. 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목동에만 애들 있나?"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긴급토론회 현장.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학교에 재학 중인 김경훈 학생(고3)이 최근 입시 관련 논란에 쓴소리를 던지자, 현장에선 웃음과 박수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입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지역, 소득수준 등 여러 요건에 따라 다양한 교육주체 별로 의견이 나뉘는데, 정시 수요가 높은 특정 여론만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매일 '고3기출' 풀며 든 생각... "모든 논쟁, 교육 아닌 입시 치우친 현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 지시와 교육부의 잇따른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이후 교육계가 연일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선 수능 중심의 입시 개선을 넘어 줄 세우기식 교육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제기됐다.
김 군은 "모든 교육 논쟁이 입시 논쟁에 치우친 현실"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킬러문항이라는 게 교육 문제를 풀 마법의 열쇠가 아닌데, 논쟁이 과열돼 교육 전체의 문제로서 멈춰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근본적 문제는 수능 제도 자체에 있다고 짚었다. 매일 '고3기출문제'를 풀며 자신이 느낀 '변별력'의 모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수능의 원래 목적과 달리) 아예 교육 과정 자체가 대학 입시로만 이뤄져 있다. 입시가 교육 과정을 따라가야 하는데, (거꾸로) 교육 과정이 입시를 따라가는 이상한 흐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사회과 문제를 보면, 표를 보고 계산을 많이 하는 문제 위주로 출제돼 있는데, 이걸 변별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좋은 교육정책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킬러문항 잘 풀기일까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국영수 잘하기, 3년간 고통 받기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재력은 넘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아, 낙오 되면 나는 버려지는 거구나, 하는 아이들이 제 주변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 군은 자신의 관심분야인 교육 정책을 위해 5년 넘게 활동한 일들을 줄줄이 열거하면서 "대학 입시에 얼마나 쓰이는가, 하나도 쓸 수 없다. 이 경험들이 다 필요가 없다. '대학은 못가겠다'는 말이 나온다"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학생들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어떤 정책을 만들어도 필요 없다"면서 "교육의 본 위치를 찾기 위한 교육정책 토론이 가열차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명 다한 수능에 심폐소생하는 토론, 의미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