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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장 뽑으려고 제주도까지... 사립학교장회 연수 논란

대한사립학교장회 오는 10월 2박3일 제주 연수 계획... 관광 의심 일정에 혈세 낭비 논란도

등록 2023.07.10 18:04수정 2023.07.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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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립학교장회의 2023년 정기총회 겸 회원연수회 개최 안내 공문 내용. ⓒ 대한사립학교장회


사단법인 대한사립학교장회는 지난 5일, 1700여 곳의 전국 사립 초중고에 '2023년 정기총회 및 회원 연수회 개최 안내'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정기총회와 회원 연수회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 있는 한 호텔과 제주 전역에서 열린다. 안건은 제24대 중앙회장 선출 한 건이고, 그 외 사립학교장 리더십 강화 연수 프로그램과 제주 역사문화 탐방 등이 마련되었다.

연수 일정, 장소, 비용 모두 문제 많아
 
대한사립학교장회가 정기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연수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학기 중 평일에 제주도까지 가서 꼭 2박 3일 행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한창 바쁜 시기인 10월 중순 평일을 선택해 2박 3일 연수를 개최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대부분의 학교는 교직원 연찬회 등이 필요할 경우,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이용한다. 
 
10월 중순은 2학기 정기고사가 끝나고 성적 처리 등으로 매우 바쁜 시기다. 교사들은 수업, 상담, 생활지도,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행정업무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데, 학교장은 제주도에 가서 문화탐방 등을 즐기는 게 맞는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꼭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할 수 있는 행사인지도 의문이다. 공문을 보면 정기총회 안건은 '대한사립학교장회 제24대 중앙회장 선출' 하나밖에 없다. 첫날과 셋째날 일정에 들어있는 학교장 리더십 강화 연수는 '바람직한 노후 대비 어떻게 할 것인가?', 'ChatGPT 활용과 미래교육' 등이다.

물론 이외에도 '중대재해법 대처를 위한 학교장의 책무', '사학위기 능력의 배양과 학교장의 자세' 등이 있긴 하나, 이 교육 내용이 이번 일정과 장소를 꼭 필요로 했는지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에 있는 제주도로 출장을 가면, 학교에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도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연수 2일차 일정은 사려니 숲길, 마라도, 우도 8경, 한라산, 곶자왈 등을 선택해 탐방하는 일정으로 잡혀 있다. 
 
자비 쓴다지만 '관광' 의심 일정도... 그 외 '관외 출장' 처리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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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에 명시된 제주역사문화탐방 코스별 일정 중 일부. ⓒ 대한사립학교장회

 
공문에 따르면, 참가 희망자는 7월 30일까지 대한사립학교장회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적으로 신청하고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는 이번 연수를 '관외 출장'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2박3일 제주도 행사 참석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았다. 공문에 따르면, 제주도 라마다호텔 2박 숙박비 16만 원(2인 1실 기준), 수강료 3만 원, 문화탐방비 8만5000원~10만 원(선택 코스에 따라 다름) 등이 든다. 이외에 일비(교장, 3일 기준 7만5000원), 식비, 항공료 등을 포함하면 1인당 수십 만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문화탐방비(8만5000원~10만 원)는 교장 개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 돈으로 부담한다는 것이 대한사립교장회의 설명이다. 문화탐방비를 제외하면 참석 교장 한 명마다 대략 수십여 만 원이 학교 돈으로 충당되는 셈이다. 10일 대한사립학교장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례에 비춰보면 300~5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결함보조금 지원 등에 비춰보면 이 돈은 곧 국민 혈세라고도 할 수 있다. 
 
사립학교장회 "타 연수에 비해 경비 저렴" 주장 
  
사립학교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학교장 연수 관행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왔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될 당시에만 반짝 비판을 받을 뿐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듬해에 다시 추진되기 일쑤다. 때문에 관리감독 기관인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행정지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사립학교장회 관계자는 "주말에 개최할 경우 강사 섭외의 어려움과 경비가 상승되는 점, 연수 장소 섭외가 용이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가급적 평일 날 개최를 지향한다"면서 "이는 타 연수기관(중등교장회, 행정실협의회 등)도 유사하다. 본회 연수회는 매년 16개 시·도를 순번제로 개최하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제주도에서 실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비는 타 연수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교통비와 식대는 전국 어디를 가든 별도로 소요되는 비용으로, 부산 경주 여수 목포 등지의 ktx 비용을 고려하면 제주 항공권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한사립학교장회 #혈세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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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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