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당한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지난 6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
남소연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육군사관학교 44기·예비역 육군 중장)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강원도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할 뜻을 비쳤다.
하지만 이 지역구는 월남한 실향민들이 많이 사는 6.25전쟁 수복지역이다.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어 안보 이슈에 민감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선거 결과를 봐도 보수 정당에 유리한 곳이다.
김 전 사령관의 외조부와 모친은 6.25전쟁 흥남철수작전 때 빅토리아호를 타고 월남해 속초 아바이마을에 정착했다. 수복지구에서 자란 실향민 2세대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려는 것. 그는 그 이유를 이 지역을 '평화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령관은 중령 시절인 2011년 국방부 대북정책과 대북정책 총괄 담당관으로 군사실무회담에 참여한 이후 보수-진보 정부를 아울러 북한과의 군사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무엇보다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9.19 남북군사합의)가 탄생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입당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여 동안 대결 일변도의 대북강경정책이 우리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북 및 안보 전문가로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에서 김 전 사령관을 만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9.19군사합의의 의미와 군사 대치가 최고조에 달한 전개되고 있는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 그리고 정치입문을 결심하기까지 그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속초시내 한 카페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김 전 사령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보수 성향 설악권을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핵심지역으로"
- 육사 생도 시절까지 포함하면 39년간 군인으로 살아오셨다. 현실 정치에 뛰어 들기까지 고민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치 입문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겠다는데 흔쾌히 찬성할 가족은 아마 없을 거다. 그것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데 누가 좋다고 하겠나. 가족들을 설득하는 시간을 좀 보냈다. 평화가 위협받는 이 시기에,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위해서 뭐라도 좀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가족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실향민 2세대로 군 생활을 하면서도 늘 전쟁과 평화에 대한 균형 잡힌 사고를 하려고 항상 노력했다. 또 20여 년간 대북업무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고민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안보상황이 언제 어디서 어떤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또 그동안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힘든 여정들을 무시하고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무분별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지난 2월 공식 출범한 '설악권 희망포럼' 대표를 맡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은 접경지역이면서 6.25전쟁 수복지구다. 남북 간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삶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지역이다. 또 이 지역은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많은 희생과 헌신을 해왔다. 이제는 설악권 주민들이 좀더 당당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지역은 접경지역이고 수복지구였기 때문에 주민들이 보수적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인들이 있다. 그럼에도 평생 군 생활을 하면서 내가 고민해왔던 평화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는 출발점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던 시절, 속초는 북한 장전항으로 가는 해로관광의 출발지였다. 당시 속초와 고성·양양 지역은 관광 특수를 누리기도 했지만,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적잖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설악·금강 관광구상을 공개했는데, 어떤 구상인지 소개해 달라.
"설악권은 대한민국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상징적 지역이다. 설악·금강 국제관광지구는 전 세계 최고의 관광지가 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동해안을 따라 남 고성과 북 고성을 지나 런던까지 이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곳이 역시 바로 우리 설악권 지역이다. 남북한과 중국·러시아·일본을 아우르는 환동해권의 지정학적 중심 역시 설악권인만큼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의 핵심지역이 될 것이다. 평화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을 통해 실행력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 나가겠다. 또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별 맞춤형 정책 전략을 발굴해 설악권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명실상부한 핵심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