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기 쉽지 않은 일본의 과로사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023년 일본의 과로사

등록 2023.07.19 09:34수정 2023.07.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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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oshi(과로사, 過勞死)'는 일본어로 과로로 인한 사망을 뜻하는 말로, 70년대 후반 의사, 노동 변호사, 활동가들이 40~50대 남성 관리직 노동자의 돌연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다. 이 용어가 만들어진 지 40여 년이 지났고, 과로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적어도 문서 상으로는)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로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사망하는 노동자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과로사는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이를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각종 뇌/심장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다른 하나는 과로로 인한 정신 질환을 앓다가 자살하는 과로자살이다. '과로자살(Karo-jisastu)'에는 과로와 관련이 없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 사례도 포함된다.

과로사, 어렵기만 한 업무상 재해 인정

공식적으로 과로사 사건은 일본 정부가 직장 내 재해 보상 프로그램에 따라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한 경우 인정된다. 정부에서 사건을 조사하려면 먼저 과로사 피해자의 가족이 지역 노동기준감독서에 정부에 보상을 청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노동기준감독서에서 조사를 실시한다.

정부는 사망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주당 평균 65시간 이상 노동을 4주 이상 하거나,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 노동을 8주 이상 한 직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과로사일 수 있다"라는 기준을 사용한다. 회사는 종종 근무 시간표 제출을 거부하거나 피해자가 과로하지 않았다고 직원에게 증언하게 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다.

직장 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아직 없기 때문에 사업주는 업무상 재해 판정에 필요한 증거를 은폐하려고 하거나, 심지어 청구를 기각시키려 정보를 조작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각각의 사건은 정부가 해당 사건이 실제로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경우에만 과로사로 간주된다.

정부가 2019년 시행한 업무 방식 개혁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기준감독서는 노동시간으로 간주되는 시간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2021년 3월부터 노동청은 해당 시간 동안 근무하란 사업주의 직접적인 명령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근무 시간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승인되는 사례가 줄어들었다.


아래 표는 뇌·심장 질환 사례에 대한 현황을 보여준다. 2007 회계연도 46%였던 승인률이 2022 회계연도에는 38%로 감소한 한편, 그 전인 2020 회계연도에는 29%로 가장 낮은 승인률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승인된 과로사 건수를 살펴보면 2022 회계연도에는 2008 회계연도 158건의 3분의 1에 불과한 54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과로사로 인정받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뇌·심장 질환 사례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률이 최근 더 낮아지고 있어, 과로사 인정이 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뇌·심장 질환 사례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률이 최근 더 낮아지고 있어, 과로사 인정이 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일본 후생노동성
 
너무 낮은 과로자살 산재 승인

정신 질환 사례로 넘어가면, 2022 회계연도에 2683건의 신청이 접수되어, 정신 질환 문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살 건수는 200건 미만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승인된 자살 건수는 3분의 1정도 수준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경찰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자살 사건의 수를 보면 2012 회계연도에는 총 2만 1881건 중 2968건의 업무 관련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산재 신청은 183건에 불과해 업무상 자살 사건의 6%만이 노동청에서 보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과로사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노동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은 과로사 피해자의 가족들이 산재 보상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피해자가 과로 또는 괴롭힘을 당했음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서류와 정보를 찾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일본 노동안전보건단체 POSSE에서 일하는 마코토 이와하시 님이 작성하였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팀에서 번역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7월호에도 실립니다.
#일본과로사_2023 #일본_정신질환_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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