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환 충북지사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사과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거기(사고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지사는 20일 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에 마련된 이번 사고 관련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한없는 고통을 당하고 계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말씀 올린다"면서 사과했다.
김 지사의 공식 사과는 사고가 발생한 지 5일 만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7일 오전 8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해 "도지사로서 안타깝고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앞에서만 사과하고 직접 도민 앞에 나서서 사과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과와 함께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 최고 책임자로서 현장에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긴박한 상황을 그때 당시에는 괴산댐 월류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 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든 문제는 유가족의 심정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 지사의 발언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가 발생한 지 한 시간이 지난 15일 오전 9시 44분까지도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오송 침수에 괴산 향한 김 지사... "엄청난 사고인 줄 몰라"
김 지사는 사고 당일 괴산에 도착(오전 10시 50분)하고도 예정된 괴산 수전교와 칠성면 사무소를 차례로 방문했고, 낮 12시 10분에는 다시 농작물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게 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을 찾았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김 지사가 급박한 상황에서 왜 '오송 지하차도 현장이 아닌 청주 옥산면 농작물 침수 현장 일정을 챙겼는지' 의문을 제기했었다.
(관련 기사 :
오송 지하차도 침수됐는데, 김영환 지사는 왜 괴산으로 향했나 https://omn.kr/24ubq)
김 지사는 이날 기자들이 사고 늑장 대응 이유를 묻자 "오전 10시 10분쯤 1명의 심정지와 1명의 실종이 예상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거기(사고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당장 '한두 명의 사상자 정도는 도지사가 대처해야 할 만큼의 큰일이 아니란 얘기냐'는 비판도 상당하다. 게다가 "일찍 갔다고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는 발언은 충북지역 재난의 사령탑인 도지사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내 폭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를 놓고 야당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대통령실의 말에 국민 억장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편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 경에 발생했다. 인근 미호천 임시 제방이 붕괴하면서 지하차도로 물이 쏟아져 차도를 지나던 차량들이 물에 잠기면서 운전자 등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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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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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에 간다고 바뀔 것 없다"? 또다른 논란 자초한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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