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로 파괴된 인양뜰의 비닐하우스
김선재
지난 18일 수해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참혹했다. 하우스의 높이가 2.5미터에서 3미터 정도인데, 침수 당시 하우스 꼭대기까지 전체가 다 물에 잠겼었다. 간신히 세워져 있는 하우스 꼭대기에 토사가 당시 수위를 짐작하게 했다.
비닐하우스는 전부 파괴됐다. 하우스를 지탱하는 파이프는 이리저리 휘어 땅에 쓰러졌다. 출하를 일주일 앞두고 있던 수박은 당연히 다 쓸려갔다. 추석 때 출하하려던 멜론 역시 하나도 건질 수 없게 됐다. 농작물뿐 아니라 농기계, 농기구도 하나도 쓸 수 없게 됐다. 뜰 한가운데 민가는 통째로 잠겼었고, 축사에 소들은 떼를 지어 폐사했다.
이날 만난 주민수해대책위원회 전수병 위원장은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천재지변 속에 숨어있는 인재가 있다는 증언이었다. 제방이 터지기 전까지의 상황에 여러 관리 부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제가 새벽 5시에 배수장에 가보니까요. 펌프가 한 대밖에 가동을 안 하고 전체가 다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왜 멈춰 있냐고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엄청난 수초가 떠내려와서 수로를 막고 있다는 거예요. 배수로 스크린에 수초를 건져내는 제진기라고 있는데요. 제진기가 작동을 전혀 못 하는 상태라 자연 배수도 안 되고 펌프도 작동을 못 하는 거죠.
하우스에는 이미 물이 침범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농어촌공사에 항의 전화를 하고, 한 30분 지나니까 지사장이 도착했어요. 상황이 급박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거야. 이렇게 반복되는 사이 이틀이 지났고.
이 엄청난 물이 하우스에 유입을 당하고 있는 거야. 이틀이 지났는데도 제진기는 고장이라, 어떻게 한 대를 고치면 다른 게 서고. 이쪽을 떠내면 저쪽이 멈추고. 전체가 가동을 못 하는 실정이다, 이 말입니다.
제방에는 자연 배수를 하는 구역이 두 군데가 있어요. 그런데 자연 배수도 못 하고 있어요. 왜? 수초가 걸려서 자연 배수가 나갈 수가 없어요. 수로 쪽에 수위가 제방 바깥과 비교해서 1m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수초 때문에 도저히 물이 나갈 수 없었어요. 하우스는 이미 잠겼고요. 그때 대청댐이 방류하다 보니까, 그 물이 여기 딱 도달하니까 둑이 터져버린 거예요."
인양뜰 인근에는 배수장이 두 군데 있다. 설치되어 있는 펌프는 초당 25톤을 배수할 수 있다. 배수문까지 합치면 초당 72톤의 물을 퍼낼 수 있을 정도이다. 제방이 터지기 전까지 하루 강우량을 다 합쳐도, 설계상 충분히 배수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