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꽃도 피우는데 이름을 불러주세요

섬진강 상류 강변의 논 습지식물 탐방

등록 2023.08.01 10:08수정 2023.08.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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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풀 수꽃, 꽃잎 1장 지름 7mm ⓒ 이완우

 
섬진강 상류인 전북 임실군 신평면 북창 마을에는 숲에서 참매미가 길게 울어대는 7월 말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한다. 이 마을 앞 섬진강 교량을 건너 제방에 가로막힌 하천 배후습지 옆에 있는 다랑논을 찾아갔다.

벼를 재배하는 논은 2008년 10월 경남 창원의 람사르 총회에서 논 습지로 결의되었다. 논 습지는 벼를 재배하는 식량의 제공처이며 다양한 생물들을 서식지로 기능한다.


논 습지에는 수생식물, 수서곤충, 양서류, 파충류와 물고기 등이 다양하게 살 수 있어서 이들을 먹잇감으로 찾아오는 철새들의 서식지가 된다. 그런데 경작지인 논은 쌀의 증산을 위해 다양한 농약을 사용하다 보니 논 습지 식물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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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풀 암꽃 ⓒ 이완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먹이사슬의 기초단위인 습지 식물이 우선 생존해야 하는데, 농약과 제초제의 사용은 논 습지 식물의 생존을 가로막고 있다.

그런데 논 습지의 생태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가 본 다랑논에서 벗풀, 물달개비, 통발과 닭의장풀이 눈에 띄었다.

벗풀은 연못이나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얕은 물가에 서식하는데 논에서도 자주 보인다. 여러해살이풀로 생명력 강한 벗풀은 선형으로 잎몸과 잎자루가 구분되지 않은 어린잎이 자라면 잎자루를 갖추고 화살촉 모양의 잎몸을 가진다.

벗풀은 여름에 꽃잎 세 장의 하얀 꽃이 피는데 암수가 다른 꽃송이이다. 노란 수술이 달린 수꽃은 식물체의 위쪽에 피고 녹색의 암꽃은 아랫쪽에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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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 꽃 ⓒ 이완우


닭의장풀은 예전의 농가에서 닭을 키울 때 닭장 옆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풀은 습지, 물가, 밭둑과 길가 등에서 왕성하게 자란다. 닭의장풀은 줄기가 잘리고 땅에만 닿으면 뿌리를 내려 새로운 개체로 성장할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여름에 꽃이 피는데 짙은 하늘색 파란 꽃잎 두 장은 녹색 무성한 닭의장풀 덤불에서 신선하고 작고 하얀 꽃잎 한 장은 아래쪽에 숨어 있다.

닭의장풀은 습지의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제초제에는 약해서 금방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닭의장풀을 수반에 옮겨두고 잎이 피어나면 대나무 잎을 닮았다고 살피고 꽃이 피면 이 꽃의 자태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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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달개비 ⓒ 이완우

 
물달개비는 물옥잠 비슷하여 잎은 세모꼴 난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다. 청자색의 작은 꽃이 9월에 피는데 암술 한 개에 수술이 6개이다. 백색의 굵은 근경의 뿌리는 흰색의 가는 뿌리와 검은색의 털뿌리가 내린다. 근경의 뿌리 부분에서 대여섯 개의 줄기가 나오고 줄기마다 한 개의 잎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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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 ⓒ 이완우

 
통발은 뿌리가 없으며 물 위에 떠서 가늘고 긴 줄기를 가로로 뻗으며 생활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자루가 나와 몇 개의 황색 꽃들이 달린다. 이 통발의 줄기에는 많은 벌레잡이주머니가 안테나 같은 긴 털을 달고 있다. 벌레가 이 털에 살짝이라도 닿으면 진공 상태인 벌레잡이주머니의 문이 열리며 빨려 들어간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활용하는 도구인 통발에는 물고기가 쉽게 들어갈 수는 있어도 다시 나오기는 어렵다. 포획형 식충식물인 통발은 알맞은 이름을 얻은 듯하다.

네 군데의 논을 살펴보았는데 벗풀, 물달개비, 통발과 닭의장풀이 어울려 함께 있는 곳은 없었다. 논바닥에 제초제를 했는지 곧 이삭이 패려는 논은 바닥이 훤하게 드러났다. 벗풀, 물달개비와 닭의장풀은 논에 물을 빼서 논바닥에 습기가 많지 않은데도 세력을 뻗치려 노력 중이었다. 통발은 논에 물이 고인 곳에서만 머물러 있었다.


벼를 재배하는 논에서는 대체로 이들 습지식물을 잡초로 취급한다. 논에 모를 내기 위해 써레질을 하면서 이양 전 처리제라고 벼 제초제를 뿌린다. 모를 이양하면서도 동시에 처리제를 사용한다.

논의 벼 포기 사이에 이끼나 논 습지 식물이 없는 논이 관리가 잘 된 논으로 평가받는다. 허나 이 식물들이 논 습지에 뿌리 내리려는 노력은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자연의 본능이다.

번거로운 잡초라고 논에서 밀어내고 있지만 자연에 쓸모없는 풀은 애초에 없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예쁜 꽃도 피우며 결국 먹이사슬의 연결고리를 형성해 철새가 찾아오게 한다. 그런 식물의 이름을 지금이라도 불러줘야겠다. 
#논 습지식물 #벗풀 #물달개비 #통발 #닭의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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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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