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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노동자들 "해열제 먹으며 일해, 정부 폭염대책 무용지물"

[현장] 라이더유니온, 기후실업급여와 맞춤형 온열질환 예방기준 등 요구

등록 2023.08.03 14:56수정 2023.08.0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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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대책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 박수림


"(주변 배달 노동자들이) 너무 열이 오르는데 뭘 해야 할지 잘 몰라서 해열제를 먹으면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배달 노동 4년 차)

"(요즘 날씨에는) 출근할 때 얼음물 얼려서 나오면 1시간 만에 다 녹습니다. (배달) 플랫폼 회사에서 권장하는 안전 장구류를 갖추면 땀범벅이 되는 건 기본입니다." - 박준성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배달 노동 10년 차)


머리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작업용 안전 조끼를 입은 배달 노동자들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눈을 찌푸리며 "배달 노동자 실정에 맞는 폭염 대책 혁신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 노동자들은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 권고안이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이 제시한 폭염 대책 혁신 방안은 ▲ 기후실업급여(가칭) 도입 ▲ 배달 노동자에게 적합한 온열질환 예방기준 마련 ▲ 폭염 조치 자동 시스템 마련 ▲ 간이쉼터 확대 등 4가지다.

"작업 중지 조치가 곧 실업... 생계 안정성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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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대책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 박수림

 
라이더유니온은 고용노동부가 소관하는 실업급여 제도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배달 노동자와 같이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실제 위험한 상황이 됐을 시 작업 중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곧 수입도 중지된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초 단위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배달 노동자에게 작업 중지는 실업 생태다. 이 상황에 고용보험을 통한 일시적 실업급여가 있어야 (배달 노동자의) 생계와 일자리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마이크를 잡은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 세계의 장관들에게 (우리나라가) 각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해서 사회 안전망을 갖췄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그러나) 장기 실업을 전제한 지금의 고용보험은 배달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배달 노동자, 각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부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현재 폭염을 판단하는 기준이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체감온도인데, 배달 노동자는 내리쬐는 햇볕, 밑에서 올라오는 아스팔트 복사열, 지나가는 차량이 내뿜는 열기 속에서 헬멧과 안전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일한다"면서 "배달 노동자들이 실제로 어떤 온도를 견디고 있는지 현재 발표되는 체감온도로는 알 수 없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도 "현재 산업안전 기준에 관한 규칙에 '고열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가 법으로 명시돼 있으나, 그건 뜨거운 열을 아주 가까이에서 다루는 용광로 등 고열 작업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라면서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러질지 몰라... 일 터지기 전 대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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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대책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 박수림

 
라이더유니온은 '폭염 조치 자동 시스템 마련'과 '간이쉼터 확대'도 요구했다.

이들은 "기상청 관련 특보 발효 시 자동으로 주의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폭염 할증 적용, 작업 중지 발동 등이 가능한 자동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여러 이동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심 곳곳에 소규모 간이 쉼터가 확대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고양시 노동권익센터의 '이동노동자 쉼터 이용현황'에 따르면 간이쉼터를 찾는 이동 노동자의 수요는 2022년 전체 8만 978명, 2023년 상반기(1~7월) 7만 7명이다. 2023년의 경우 하반기 이용현황까지 집계되면 간이쉼터를 찾는 이동 노동자 수는 전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0년째 배달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박준성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저는 여름만 되면 항상 긴장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항상 사건 사고가 터지고 (정부와 플랫폼 회사가) 그 다음에야 수습하는 모양새를 언론으로 많이 봐왔다. 이러다 무슨 일 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배달 노동자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폭염대책 #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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