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첫째의 그림일기
이지혜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는 그림을 먼저 그리고, 엄마에게 일기에 쓸 말을 불러줬다. 그러면 내가 날짜와 날씨, 오늘 있었던 일을 글로 써주는 식으로 그림 일기장을 채워나갔다. 유치원에서 준 그림 일기장은 A4 용지에 5장이 인쇄되어 있었는데, 아이는 아쉬워 하며 말했다.
"엄마 종이가 너무 작아. 나는 그림 그릴 게 엄청 많은데."
16일의 방학 중에 5일의 그림일기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방학 숙제를 이렇게 빨리 끝내다니. 게다가 그림일기가 이렇게 즐거운 숙제였다니. 아이는 그림을 그리며 오늘 있었던 즐거운 순간을 머릿속에 다채롭게 떠올리는 듯했다. 신나고 행복했던 많은 순간들 중에서 종이에 그릴 단 한 장면을 골똘히 골라냈다.
그러고선 까만 크레용으로 밑그림을 순식간에 그리고, 다양한 색 크레용으로 알록달록하게 색칠을 했다. 그림일기를 완성하고 나면 아이의 얼굴도 행복과 기쁨으로 채색된 듯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새삼 그림일기가 참 좋은 숙제로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그림일기로 인해 방학이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아이에게 기억될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괜히 흐뭇해진다. 아이가 그린 그림일기처럼 아이의 삶이 계속 다채롭고 아름답기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