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들여 산 노트, 3개월만에 세 권째 돌입하다.
이정희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가 싶지만 터무니없는 생각을 쏟아 낸 페이지를, 얼른 지나치려다 보니 이렇게나 쌓였다. '이런 글감이 글이 될 순 없지'라며 다시 마주하기 꺼려지는 생각들 말이다. 그런 잡다한 생각들을 매일매일 새 생각으로 덮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보면 쌓인 생각들 속에 쓸만한 것도 꽤 있다.
내가 노트 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기 위해.
좋아하고 잘 하는 일, 노트 쓰기
최근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과 모임이 있었다. 작가 노트 두 권을 다 채워간다는 말에 놀라는 그들. 그들을 보며 내가 노트 쓰기를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결혼할 때 폐기해야 할 노트만도 수십 권이어서 처치 곤란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가끔 노트 쓰기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본다. 노트에 들이는 시간과 돈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다. 만 원 가까이나 하는 두꺼운 종이 노트를 사려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노트를 쓰지 않는 가족들에게는 저렇게 낭비로 보이니 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기록' 또는 '노트'로 데려가곤 한다. 거기에서 내가 늘 '노트 쓰기'를 검색한 탓이다.
그날은 이재영 한동대 교수님의 '노트 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라는 제목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영상을 봤다. 우리가 잘 아는 천재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이작 뉴턴, 아인슈타인' 등에게는 '노트 쓰기'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그래서 노트를 쓰면 좋다는 교수님의 강연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노트 쓰기를 계속해내는 비결을 거기서 찾아냈다는 것.
교수님은 노트를 쓰는 비법으로 '정자체로 쓰기, 반드시 다시 살펴보기, 처음 20%를 단숨에 쓰기, 작은 수첩 활용하기' 와 같은 여러 가지를 제시하셨다. 나도 몰랐는데, 이 가운데 내가 쓰는 비법이 있었다. 나의 지난 모든 노트는 대부분 처음에 가장 많이 쓰여 있다. 비법은 처음 20%를 단숨에 작성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