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등변 삼각형 배식은 세 그루의 나무를 각각의 크기와 거리를 달리해 밸런스를 자연스럽게 맞추는 일본적인 구성이다
유신준
어느 정원이나 꼭 같은 것은 아니다. 설계자의 의도나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부등변 삼각형은 나무 배식은 물론 정원에 바위를 배치할 때도 쓴다. 일본에서 풍경을 보시려거든 부등변 삼각형 모양자를 하나 준비하시라. 어디서든 맞춰볼 수 있다. 풍경뿐이 아니다. 부등변 삼각형은 꽃꽂이에서 조차 통용되고 있는 조형구성의 만능 치트키다.
메인트리를 정하면 부목(副木)을 사선방향으로 심고 제3의 나무(対라 부른다)를 반대쪽에 심어 부등변 삼각형을 만든다. 세 그루의 나무는 위치는 물론 크기까지 부등변 삼각형이다. 부목은 메인트리의 1/2에서 2/3까지로 하고 제3의 나무는 부목의 1/2이다. 이렇게 부등변 삼각형으로 비중을 조절해서 자연에서 옮겨온 듯 균형을 잡게 된다.
세 그루의 나무를 돋보이게 한다든지 혹은 결점을 감추기 위해 아래 쪽 나무 뿌리근처에 작은 나무들을 심는다. 사부정원에서 내가 처음 작업했던 달덩이나 두부깎기가 그에 해당한다. 이 나무들도 이름이 있어서 각각 마에오키(앞에 둠), 히카에(조연;뒤에 둠)라 부른다.
또한 뒷쪽으로 미코시라는 배경나무를 심어 비로소 한 세트의 풍경이 완성된다. 물론 이건 기본중의 기본이다. 기본을 중심으로 수많은 응용이 만들어진다. 프로에게는 기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응용일 것이다.
한 세트의 풍경이 완성되면 그것을 메인으로 하고 다시 다른 세트들을 부등변 삼각형으로 배치해가면서 하나의 일본정원이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부등변 삼각형은 자연적인 균형을 대표하는 일본적 양식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수선하고 산만해 보인다. 아무리 손질을 잘해놔도 이 사람들에게는 이뻐 보이지 않는 거다. 아름답게 느껴지려면 짜임새가 중요하다. 부등변 삼각형은 자연에서 얻은 짜임새다. 그 짜임새들이 곳곳에서 어우러지면서 비로소 그림같은 정원이 탄생한다.
부등변삼각형은 불규칙이라는 뜻이다. 세 변의 크기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 지는 거니까. 그런데 부등변만 강조하다보면 불규칙을 지향하면서 다른 규칙에 사로 잡히게 되는 건 아닐까. 부등변이라는 규칙! 핵심은 규칙을 피하라는 뜻일게다. 부등변 삼각형도 수많의 자연의 모습중 하나일 뿐이니까. 자연에서 규칙은 부자연스럽다.
창의적인 일이 훨씬 재미있다
이 집도 30년 된 고객이란다. 흑송 전정이 주목적이다. 들른 김에 정원에 산재해 있는 철쭉 가리코미들도 다듬어 줄 계획이다. 정원에 도착하면 작업을 위해서 외부 콘센트를 찾아 전기줄부터 늘인다. 오늘은 사부와 나무 종류에 따른 역할 분담이다. 사부는 소나무 손질을 맡았고 나는 정원 여기저기 포진해 있는 철쭉 둥근달을 맡았다.
물론 소나무 손질이 정밀한 작업이라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다. 어려운 일은 사부몫이다. 여기저기 작업하다보니 바리캉 작업이 모양을 만드는 일이라 꽤 창의적이다. 소나무 손질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같은 작업의 반복이라 지루하다. 뭔가 창의적인 일이 훨씬 재미있다.
사루스베리 아래 부정형 가리코미를 다듬는데 특히 재미있었다. 외곽이 부드러운 굴곡으로 이루어진 데다 윗면 조차 평면이 아니었다. 작품을 창조하는 조각가처럼 손에 든 바리캉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걸려도 힘든 줄 몰랐다. 완성해놓고 보니 또 얼마나 근사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