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울시립중랑요양원 요양보호사 최현혜님 인터뷰

등록 2023.08.22 10:11수정 2023.08.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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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노인복지시설은 약 8만5000개 이상, 그리고 입소자는 32만 명이 넘는다. '요양원에 모신다'는 개념이 확산되는 추세고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더불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앞으로도 요양시설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요양시설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있다. 최근 들어 필수노동이라고도 불리는 돌봄노동의 가치가 조명받기 시작했다지만 아직도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그들. 7월 19일, 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최현혜님을 만나 요양보호사란 직업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들의 고충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시립중랑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최현혜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요양지부 서울시립중랑요양원 분회장으로 활동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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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자 코로나 위기 상황 토론회에 참여한 최현혜 님. ⓒ 최현혜

 
- 요양보호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요양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케어를 하고 있습니다. 크게 이용자의 집에 방문하여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보호사들과 요앙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로 나뉩니다. 재가요양보호사들은 하루에 한두 개의 집에 방문하여 1회당 3시간 정도 근무를 합니다.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주간에만 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요양보호사들과,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비슷하지만, 각자의 고충이 있죠. 재가요양보호사들은 요양 범위 밖의 일, 가령 명절음식, 김장 준비나, 이용자 보호자들의 심부름 등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시설 요양보호사들은 많은 어르신들을 동시에 케어해야 한다는 점이나 교대제 업무 자체가 힘들다는 점도 있고요.

현장에서는 어르신 케어만 하는 게 아니라 서류 작업 같은 행정업무도 다 요양보호사들이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돌봄에 신경 쓸 조건이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많이 선호되는 직업이면 젊은 사람들도 할 텐데 저희는 보통 50세, 60세 넘으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러다 보니 컴퓨터를 통한 행정업무가 익숙지 않은 경우가 많고요. 어르신 케어에만 집중될 수 없는 환경인 것 같아요."


- 요양보호사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

"자녀가 딸 하나인데요, 딸을 다 키우고 결혼을 시키고 나면 나중에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호스피스 병동 같은 곳에 봉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것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간병인 자격증을 땄어요. 첫 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어르신들이 너무 예뻐 보였어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일도 너무 즐거워하고 집에서도 너무 즐겁게 생활을 하다 보니깐 가족들도 찬성했어요. 그래서 이게 지금까지 왔어요."

퇴근할 때는 속옷에 땀을 짜야 할 정도의 고된 육체노동

- 코로나 때문에 최근 몇 년간은 특히 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시절에 현장에서 직접 케어하는 건 요양보호사들이잖아요. 방호복을 입고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하면 퇴근할 때 속옷이 땀에 젖어서 짜야 될 정도예요. 그럴 정도로 힘들었어요. 코로나라고 해서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똑같이 식사 수발도 들고 목욕도 시켰어요. 이 모든 걸 방호복을 입고 해야 했죠. 요양보호사 분들도 코로나에 걸리잖아요. 나머지 요양보호사들이 그 공백을 메꾸려고 업무 과중이 생기기도 하죠.

가장 힘들었던 건 보호자의 컴플레인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어차피 돈 받으면서 일하는 거 아니냐', '우리 때문에 당신들이 벌어먹고 살지 않느냐' 이런 말들을 해요. 이 일은 정말 어르신들을 위한 마음이 없으면 오래 못해요. 그래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그런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울었던 선생님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어르신들한테도 '너희는 여기 와서 우리 똥이나 치우면서 뭐가 잘났다고 우리를 가르 치려고 하느냐'라는 식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요. 인지가 조금 있으신 어르신들은 우리가 하는 케어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사정없이 말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저희도 정말 속상하고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어르신 따님에게도 이렇게 욕을 하십니까?' 정도예요."

요양보호사 보호 위한 대처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 성추행이나 폭행 등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고 들었어요.

"성희롱은 현장에서 정말 많이 겪고 있고, 요양보호사의 가슴을 움켜잡는다거나 엉덩이에 손을 댄다거나 하는 일도 있고요. 가벼운 폭행은 정말 빈번히 발생하고, 심한 경우에는 119에 실려가는 것도 봤어요."

- 요양시설에서 벌어지는 노인 학대에 대한 매뉴얼은 꽤 꼼꼼히 있는 반면 입소자들이 요양보호사에게 하는 폭행이나, 폭언, 성추행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의 보호조치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맞아요. 대부분의 매뉴얼이 이용자와 사용자 중심으로 되어 있고 요양보호사나 돌봄 노동자들 기준으로 마련된 메뉴얼은 제대로 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때문에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죠. 그리고 만약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있다고 하더라고 과연 여기에 있는 이용자의 보호자들이나 시설에서 어디까지 인정을 해줄지가 걱정이에요. 저희들은 현장에서 정말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 얼마나 서럽겠어요."

- 근무를 하면서 생길만한 직업병이나 건강상 이상이 있을까요?

"근골격계 질환이 아무래도 가장 심하죠.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침상에 눕히다 보면 무릎도 나갈 수 있고 허리도 나갈 수 있고 손목도 나갈 수 있고 그렇죠. 저희가 참 억울한 게 뭐냐면요. 대부분 주부들이잖아요. '너네는 집에서도 가사 노동을 하니깐 여기 와서 그렇게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해요. 어디 팔이 부러지거나 인대가 파열되는 정도여야만 산재 인정을 쉽게 받잖아요. 파스를 달고 살면서도 산재를 인정받기 힘들죠. 그 외에도 여러 질병이 생길 수 있는데, 아플 때 충분히 쉬고 소득도 보전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상병수당 토론회에도 다녀왔는데, 저희 요양보호사들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교대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밤낮이 바뀌면서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요. 저는 한번 야간 근무 중에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입이 돌아간 일도 있어요. 그때 제가 혼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응급실을 갈 수도 없었어요. 제가 없으면 이 요양원에 요양보호사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침이 되어 교대를 하고 나서야 응급실에 갈 수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

- 이렇게 힘든데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 일을 17년 했거든요. 이게 저의 일상이 되었어요. 어르신들이 그렇게 예뻐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형식적으로 일하는 게 없어요. 진짜 말 그대로 내 부모 모시듯이 그렇게 모셔요. 모진 말씀을 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말 한마디 너무 고맙게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 죠. 그런 거 하나에 위안을 받아 힘이 나요.

그렇지만 일을 하면서 임금 체불이 되기도 했어요. 서울시에서 수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던 법인이 월급을 한 달 동안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월급은 서울시에서 나오는 돈인데도요. 그래서 재단까지 가서 싸우고 그랬는데, 저희가 목소리를 내도 변화가 없었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2012년에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임원으로 활동하다가 2019년에 분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값지게 일했던 일은 정년 연장이였어요. 기존에 정년이 61세에서 66세로 연장되었거든요. 그리고 요양시설 같은 경우 보통 최저시급을 받게 되는데 저희는 단체교섭을 통해서 최저임금보다 조금 상향된 수준의 임금을 받았어요. 지금은 노사가 갈등만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협업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이 노동조합 활동과 분회장이라는 게 굉장히 힘든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멋있게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돌봄 노동이, 냉정하게 말해서, 어떻게 보면 그 보호자들도 외면한 일이잖아요. 여기 계신 어르신들 중 마지막 생을 저희 요양보호사들과 함께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누군가의 마지막 생을 함께하고 한다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가요. 돌봄노동의 가치가 인정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분들이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가를 직접 현장에서 눈여겨 봐주시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희가 하는 노동의 가치가 좀 더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도하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8월호에도 실립니다.
#요양보호사 노동 #시설 요양보호사 #돌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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