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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지 완공은 '아직'... 그런데 영주댐 준공한다고?

문화재 이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권익위 조정에 '꼼수' 비판 나오는 이유

등록 2023.08.22 11:54수정 2023.08.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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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이전복원단지에 텅텅 빈 집터가 그대로 있다. 아직 완공이 안됐다. 그런데도 국민권익위를 동원해 영주댐 사업을 준공하려 하고 있다. ⓒ 정수근


영주댐 사업은 2016년 댐 공사 완료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준공 승인을 못 하고 있다. 문화재 이전·복원단지가 아직 완공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영주시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이유로 조정에 나섰다. 권익위는 지난 9일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지사에서 김홍일 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개최하고 "문화재 이전·복원사업비를 정산해 댐을 준공하도록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듣고 난 뒤, 필자는 의문이 들었다. 아직 문화재 이전·복원단지에서 괴헌고택과 까치구멍집은 이전 공사 첫 삽도 못 뜨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현장이 궁금해 지난 18일 대구에서 영주로 달려갔다.

흙탕물에 녹조까지... 영주댐의 놀라운 광경

대구서 차를 몰아 영주IC에서 내려 내성천을 따라 곧장 영주댐까지 내달렸다. 내성천은 아직까지 영주댐 방류수 영향으로 흙탕물이 철철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태풍 카눈이 물러가고 여드레나 지났지만, 맑은 물이 내려오는 내성천의 지천 서천과 달리 본류인 내성천엔 흙탕물이 가득 흘러내려 가고 있었다.

댐으로 인한 역기능 중 하나가 '탁수 문제'다. 댐에서 탁수가 가라앉는 데 시간이 걸려, 폭우가 내린 지 8일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탁수가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영주댐이 내려다보이는 영주댐물문화관 입구에 가니,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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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엔 녹조가 가득하고, 영주댐 방류구에서는 흙탕물이 흘러내려간다. 희한한 광경이다. ⓒ 정수근

   
흙탕물을 내려보내고 있는 영주댐에 녹조가 가득했다. 녹색 강물이 가득 들어찬 영주댐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즉 댐 위는 녹색 호수물이고 그 영주댐에서 나오는 물은 흙탕물인 희한한 광경을 접하게 됐다.

녹색 영주댐을 옆으로 끼고 계속 내달려 문화재 이전·복원단지로 향했다. 깨끗이 정리됐을까 기대 반 의심 반으로 갔는데 '역시나'였다. 철제 봉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아직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미 다수의 집은 완공돼 있었지만 유명한 가옥 중 하나인 덕산고택이 막바지 작업을 하는지 아직 한창 공사 중이었다. 덕산고택 옆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괴헌고택이 들어설 자리다. 그런데 그곳엔 아직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고 집터만 덩그러니 있었고, 잡풀만 가득했다.

착공을 알리는 2016년 입간판만 늘어서 있어서 더욱 을씨년스런 풍경이었다. 2016년 착공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사가 중단된 채 7년이나 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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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착공을 알리는 2016년도 제작된 입간판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터엔 잡풀만 가득한 괴헌고택 터다. ⓒ 정수근

   
문화재 이전·복원단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곳곳에 잡풀이 보이고, 방치된 집터만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다. 바로 아래 까치구멍집 터는 더했다. 잡풀이 장악해 완전 풀밭이었다. 문화재 이전·복원단지에서 중요한 두 가옥이 이렇게 착공도 안 된 채 방치돼 있는데 어떻게 준공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화재 이전·복원단지 사업은 분명히 영주댐 사업에 포함된 사업이다. 그동안 문화재 이전·복원단지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해 영주댐 사업 자체를 준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권익위가 나서서 간단히 조정한 뒤 준공시키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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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헌고택과 더불어 유명한 고택인 덕산고택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 정수근

   
권익위는 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 "수 차례의 현장조사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마련된 최종 조정안에 대해 주민들과 관계기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면서 "영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까지 추진된 문화재 이전·복원사업의 비용을 정산하고 후속 업무를 영주시에 이관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업비 정산이 완료되는 대로 댐 건설사업 준공 승인을 위한 행정절차를 이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안동MBC는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서면서 영주댐은 새 국면을 맞았다. 문화재 이전과 댐 준공을 분리해 따로 진행하기로 조정한 것"이라며 "문화재 이전 사업비 가운데 300억 원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함께 부담하고, 만약 추가 비용이 더 필요하면 나머지는 영주시가 부담하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문화재 이전 사업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정산을 한다는 것인지, 문화재 사업 비용 정산만으로 댐 준공 승인을 내는 게 괜찮은지, 그리고 수자원공사가 맡았던 업무를 영주시가 대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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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구멍집 앞에서 황평우 소장이 2016년도 착공을 알리는 입간판이 아직도 그대로 서 있는데 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며 개탄했다. ⓒ 정수근

 
문제는 또 있다. 문화재를 책임지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이 이번 합의에 제대로 반영됐느냐는 점이다. 전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 합의문은 영주시와 수자원공사 간 문화재 복원이라는 국가적 중요 사업을 '서류상만'으로 이행했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짓, 위선, 탈법, 불법 행위들을 눈감아 주고, 국가와 지자체, 공사들이 그야말로 '국가적 사기행위'를 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문화재 이주단지도 문제지만, 심각한 녹조 때문에 영주댐은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유령댐이 돼 버렸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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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녹조라떼 배양소 된 영주댐.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개선은 요원하다. ⓒ 정수근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영주댐의 고유 목적을 이룰 수가 없고, 이 댐 때문에 국보급 하천으로 평가받고 있는 내성천의 생태환경만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주댐은 2016년 시험담수를 하던 그해부터 계속해서 철거 요구를 강하게 받아왔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권익위와 환경부, 수자원공사와 영주시는 결코 꼼수로는 영주댐 사업을 준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어설픈 '꼼수 준공' 기도를 중단하고 문화재 관리부터 제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괴헌고택과 까치구멍집의 자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세월이 무려 7년이다. 영주댐 사업의 최종 책임자 환경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2009년 영주댐이 착공될 때부터 이 댐 공사로 인한 내성천의 변화상을 지켜봐오고 있습니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모든 모습을 바뀌어놓았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영주댐 #내성천 #녹조라떼 #괴헌고택 #황평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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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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