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앱으로 진료 접수를 할 수 있어, 대기 부담을 줄여주는 육아 필수앱 똑닥.
똑닥 홈페이지
밤늦게 혹은 휴일에 아이가 아플 때는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초보 엄마들은 답답하다. 이럴 때는 응급실보다는 달빛 어린이병원이 좋은 대안이다.
달빛 어린이병원은 소아 경증환자가 야간이나 휴일에도 응급실이 아닌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시·도 지정 의료기관이다. 야간과 주말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 달빛 어린이병원은 2023년 8월 기준 전국에 45개소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세종시에도 얼마 전에 달빛 어린이병원이 생겼다. 기존에 유명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이 새롭게 달빛 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존에도 늦게까지 운영했었던 곳인 데다 워낙에 사람이 많은 곳이어서 그렇다.
다행히 야간과 휴일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법 큰 어린이 병원도 이달에 새로 문을 열었다. 입원도 할 수 있어 벌써부터 엄마들의 기대가 많았다. 병원이 오픈하자마자 맘카페에는 "새로 생긴 병원도 똑닥으로 접수하나요?"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참고로 이곳은 똑닥을 사용하지 않고 초진은 현장에서, 재진은 자체 사이트에서 접수하는 시스템이다).
'똑닥'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영유아를 기르는 부모들은 모를 수 없는 의료서비스 앱이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앱으로 진료 접수를 할 수 있어, 대기 부담을 줄여주는 육아 필수앱이다. 이 앱은 누적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연계된 병의원만 1만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에 달빛 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된 유명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똑닥' 앱을 이용해 접수하는데, 그 마감 속도가 워낙 빨라 '1초 컷'으로 유명하다. 현장대기도 받지만 한창 아데노바이러스가 창궐했던 지난 봄에는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간증글이 줄줄이 올라왔었다. 흔히들 아침에 접수하러 가면 점심 먹을 때쯤 진료를 받는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접수와 진료 대기에 대한 악명이 높다.
그런데 9월부터 '똑닥' 앱이 유료화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한 달에 천 원, 일 년에 만 원이면 그리 비싼 것 아니니 서비스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처음에는 무료로 가입시켜서 익숙해지니 유료전환을 시키는 상술(?)이 괘씸해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유명 소아청소년과를 자주 찾는 엄마들은 어차피 '1초 컷'이어서 앱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데 유료화가 된다니 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희망고문도 아니고).
문득 놀이공원에서 추가 요금을 받고 일반 대기 줄보다 더 빨리 놀이기구를 탑승할 수 있도록 도입된 패스트트랙 이용권이 떠올랐다. 그때도 '뭐야, 줄 서기도 이제 파는 거야?' 했는데, 결국은 시간을 돈을 주고 사는 시스템이 점점 많아지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은 놀이공원에서 줄 서는 것과 다르지 않은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러하기에 돈을 더 내면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공평하지 못하다(돈을 내고 앱을 구독해도 1초 컷이어서 무용지물인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부모들은 더 피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