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색소폰 연주회를 준비하며

등록 2023.08.28 10:50수정 2023.08.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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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창인 8월에도 연습은 멈출 수 없다. 에어컨도 없는 어둑한 지하실, 색소폰 연습실이다. 다행인 것은 지하실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자연 현상이다. 고독한 지하실은 시원함과 고요함을 가득 안고 회원들을 맞이해 주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와 눈물이 함께한 색소폰 연습실에 회원들이 모이는 일요일이다. 연말 연주회를 준비하기 위한 연습일이기 때문이다.


손놀림이 어줍고 어딘가 버벅거리는 소리들, '다시'를 외치는 강사의 외침과 함께 연주는 반복된다. 연말 음악회를 준비하는 색소폰 지하 연습실의 열기다. 여느 색소폰 연습실과는 색다른 분위기다.

오너가 수강료를 받으며 지도하는 동호회하고는 달리 모두가 주인이고 동등한 회원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찾아와 연습을 할 수 있고, 연주도 할 수 있는 모두의 공간이다. 하루 종일 본척만척하던 무심한 전화기가 갑자기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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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주회를 준비하는 회원들 11월에 열리는 색소폰 연말 연주회를 준비하는 회원들, 가족과 친지 등 150여명을 초청하여 연주회를 실시하기 위한 연습이다. 더위에도 상관없이 연습을 하는 회원들이다. ⓒ 박희종

 
낯선 번호임은 대개 색소폰을 배울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다. 당연히 배울 수 있고 언제나 환영하는 색소폰 동호회다. 어렵게 동호회 상황을 설명하고 연습실에서 상담을 하자는 날짜와 시간을 잡는다.

연습실에 찾아오면 동호회 분위기를 설명해 주고, 스스로 느껴 보도록 연습과정을 보여준다. 회원들이 연습과정을 살펴보는 사람의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대부분의 동호회처럼 개별적인 연습과 연주를 기본으로 운영하는 동호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앉아 악보를 보며 합주곡을 연습한다. 악보가 주어지고 강사의 지도하에 연주하는 모습은 여느 연습실에 비해 낯설기도 하다. 초보자에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어리둥절하다.

슬며시 연습실을 나가는 사람이 있고,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한 후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호기롭게 회비를 내고 다짐을 하며 열심히 하겠단다. 다행이다 싶지만 웬만한 생각으로는 접하기가 어려운 낯선 음악의 세계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남은 회원이 14명이다. 


연말 음악회, 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을 대여해 대략 150명의 지인과 친지 분들을 초청하는 색소폰 연주회다. 초대되어 할 수 없이 오는 분들도 있고, 가족이어서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색소폰 연주가 좋아 시정 소식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합주곡 7곡 정도를 일 년간 연습하고, 솔로곡이나 듀엣곡 그리고 트리오에 적합한 곡을 준비한다. 음악에 대해 지식도 그리고 소질도 없는 사람이 동호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음악에는 이방인 격인 사람이기에 어려움이 많다.  

지난해 11월 연말음악회가 끝나고 연습을 시작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색소폰 경연대회에 참여할 것을 고려해 연주곡을 선정했다.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과 '베사메 무초(Bésame Mucho)' 그리고 캐리비안 해적의 OST인 'He's pirate'를 선정했다.

지난겨울부터 열심히 연습을 하면서 전국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지만 예선탈락을 맛보았다. 연습부족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연말 연주회다. 

대부분이 현장 근무자들이 모여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음악에 관한 전공자도 아니지만 직업도 다양하니 근무시간도, 조건도 다양하다. 같은 시간에 전부 모이기도 어렵고, 의견조율도 만만치 않다.

개개인의 조건과 성격을 맞추어가며 동호회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파트가 연습이 되었어도 다른 파트가 연습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려운 과정을 일 년간 겪으면서 일 년간 연습을 거듭한다.

동호회는 삶을 윤택하기 위한 수단이지, 동호회가 삶의 전부는 아니다. 살아가면서 짬을 이용해 동호회를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동호회,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로 무난하게 9월을 맞이하고 있다.

서서히 합주곡이 완성되어 가고 있으니 개인별 연주를 준비해야 한다. 솔로로 연주할 사람과 곡을 선정해야 하고, 듀엣으로 이룰 팀을 결성하고 곡을 선정해야 하며, 트리오를 결성하고 연주곡을 선정해야 한다. 

합주곡 7곡이 연주된다면 나머지 연주곡은 대략 10곡 내외로 계획한다. 연주곡이 20여 곡이면 대략 100분 정도이니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어렵게 찾아온 정중들의 호응을 얻기 위함인데,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의 연주가 지루하지 않을 수 없다.

느림과 빠르기의 속도도 고려해야 하고, 솔로와 듀엣 등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다. 연주자와 연주곡이 결정되면 연주 순서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것도 무시하지 못할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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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모습 오래전에 실시한 연말전주회가 충청일보TV에 소개된 내용이다. 매년 11월초에 실시하는 연말연주회는 동호회가 준비하는 일년중 최대의 행사로 올해가 14번째 행사이다. ⓒ 박희종


대부분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천하의 백수가 하는 수밖에 없다. 동호회를 조직하면서 연습실 전세금도 없고, 특별히 나서는 사람도 없다. 고민 끝에 여러 사람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떠안고 말았다.

지난 세월이 10여 년, 올해도 어쩔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또 한해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인쇄소로 연주회장으로 드나들어야 한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늦은 시간까지 버티어준 관객들의 저녁식사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연주회요 나의 가족들이고 친지들이다. 추운 11월 초의 밤까지 즐겁게 맞이해 준 손님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조촐한 저녁상을 준비한다. 공연장에는 구내식당이 있어 다행이지만, 맛깔나고 따스한 저녁을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가격도 문제지만 어떤 음식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을 써야 하는 연주회다. 모든 것이 준비되면 다시 사회자가 문제가 된다. 사회자를 어떻게 할까?

지방의 유명인을 초빙해 사회를 맡긴 적이 있지만,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준비하는 연주회이기에 사회자 초빙은 어렵다. 어려운 음악회 사회까지 맡아야 하는 관계로 여기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각자의 취향과 구미에 맡는 멘트를 해마다 다르게 작성해야 하고, 개인별로 특별한 멘트를 받아 어설픈 사회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젠 합주곡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개인곡을 선정하고 팀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떻게 할까? 

다른 환경에 자마다의 색깔로 살아온 회원들, 어떻게 한 곳으로 모이게 할 수 있을까?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끝없는 고민거리다. 화를 낼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개개인의 만족도를 외면할 수도 없고 전체 흐름을 방해할 수도 없다.

개인적인 만족과 전체 흐름이 교묘하게 어우러지도록 조율해야 한다. 십수 년을 진행해 온 일이지만, 해마다 달라지는 조건에 맞는 연주회를 주도하기에는 너무나 고민이 많다. 회원들의 따스한 말 한마디를 무기 삼아 멋진 음악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연습실을 오고 간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 뉴스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글이다.
#색소폰 #동호회 #연말연주회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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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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