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정원에 비하면 단조로운 조경이다
유신준
지금까지는 대개 경트럭으로 사부와 둘이서 다녔는데 오늘은 한 사람이 늘었다. 사부 또래의 동네 분이다. 병원 조경을 손질하러 가는데 일거리가 많단다. 목적지는 후쿠오카 인근 오노죠(大野城)라는 곳이다. 4.5톤 트럭이 셋을 태우고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작업장소는 4차선 도로에 인접해 있다. 인도 옆에 아벨리아(꽃댕강나무) 생울타리와 아이비가 있고 병원 바로 앞쪽으로 에레강테시마라는 나무가 근위병처럼 서 있다. 일반 가정정원에 비하면 단조로운 조경이다. 나는 사부와 전동 바리캉을 맡았다. 함께 온 분은 청소와 뒷정리를 하는 역할이다.
현장에서는 일 시작 전에 반드시 주의사항을 듣는다. 가장 많은 주의사항이 게가스르나(다치지마)다. 사부는 그 이야기를 이렇게 바꾼다. 시작할 때는 분명 손가락이 다섯 개였는데 지금 보니 세 개 밖에 없어요. 손가락 두 개를 찾아 주세요. 나한테 이런 소리 하지마라. 절대 안 찾아 줄거니까. 사부다운 안전교육이다.
사부의 배려
아벨리아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다. 원예품종으로도 개발되어 줄기색도 다양하다. 수고(나무의 높이)가 1미터도 안 되는 데다 가지가 잘 자라 도로변에 생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바리캉을 대자마자 꽃향기가 물씬 풍긴다. 일하는 재미에 향기는 덤이다. 기분좋은 시작이다.
모양을 내기 위한 전정은 앞 뒤를 구분한다. 일의 양이 200이라면 앞은 120% 뒤는 80% 비율이다. 잘 보이는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두라는 것이다. 3면 자르기를 한 다음 모서리를 살짝 다듬어주는데 뒷쪽은 조금 깊게 하고 앞쪽은 한둥만둥한다. 각지게 보여야 정성껏 다듬어 놓은 면이 날카롭게 살아나기 때문이다. 앞쪽에 더 정성을 들인다. 뒤를 일부러 허술하게 하라는 게 아니라 앞에 조금 더 신경을 쓰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