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농업인을 위한 '행복 바우처 카드'.
이승숙
이 행복 바우처 카드를 어떻게 이용할까? 강화군 농협의 하나로마트에서도 바우처 카드를 쓸 수 있으니 생활에 필요한 일용품을 사는데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성 농민의 문화생활 및 여가 활동에 보탬이 되라고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었으니 지원 목적에 부합되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카드를 쓰지 않고 지갑 속에 내내 넣고 다녔다.
어느 날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성 농업인을 위한 행복 바우처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했더니 그이가 그러는 거였다.
"아, 지자체에서 그런 지원도 해주는군요. 여성 농민을 위한 카드라니 참 좋네요. 그럼, 그 돈을 어떻게 쓰실 생각이에요?"
특별히 생각해 둔 게 없던 나는 아직 어떻게 쓸지 잘 모르겠지만 의미 있게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이가 그랬다.
"지원금은 쓰고 싶은데 쓰시고 대신 그 만큼의 돈을 기부하는 건 어떨까요? 제가 어디선가 봤는데, 작년에 파키스탄에 큰 비가 내려서 피해를 많이 봤나 봐요. 전 국토의 3분의 1이 피해를 입었다는데, 세계의 이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 가 있어서 파키스탄은 국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못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해요. 안 그래도 가난한 나라가 홍수 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지원금을 그곳으로 보내면 어떨까요?"
지인의 말을 듣고 내 마음이 흔들렸다. 파키스탄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가 안 봐도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지원금은 나를 위해 고맙게 쓰고 그 대신 그만큼의 돈을 횡액을 당한 이웃을 위해 쓰자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먹는 것과 실행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여름이 되었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남쪽 지방에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와 홍수로 인명이 살상되고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이 발생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어 망연자실하는 분들의 모습을 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제야 마음에 두고만 있었던 것을 실행할 결심을 했다. 우리나라의 재해 지역 돕기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먼 나라도 돌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물난리를 당하면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불이 난 곳에는 건질 게 있지만 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국토의 3분의 1이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은 지금 어떤 형편일까.
나라가 가난하니 정부 차원에서 변변하게 구제해 주지도 못할 것이다.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데 그마저 여의치 않으니 파키스탄 국민들이 처한 형편은 그야말로 암담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파키스탄의 홍수를 찾아봤다. 작년(2022년) 6월에 홍수가 났는데 그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3개월 가까이 지속된 장마로 파키스탄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피해액도 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지난 1월 파키스탄 홍수 복구 관련 국제회의에서 "홍수로 인한 총 손실액이 파키스탄 국민총생산의 8%인 300억 달러(약 39조7천억원)에 이른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인구 2억4천만 명 가운데 약 15% 가까운 3천만 명 이상이 홍수로 피해를 입었다. 부서지거나 무너진 집도 100만 채가 넘는다고 한다. 거처할 곳이 없는 이재민들은 임시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였다니, 그야말로 전쟁 같은 삶이었을 것 같다.
이웃을 위해 선한 일에 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