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NC파크 더블헤더 2차전 선수들이 있는 더그아웃까지 잘 보인다. (사진 오른쪽 끝)
김지은
9월이라지만 아직 낮은 여름처럼 더운데 하루에 두 경기라니, 선수들의 체력이 괜찮을지 걱정된다. 그러나 팬의 입장에서는 하루에 두 게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은근 매력적이기도 하다(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과 치러지는 경기지만 경기는 1, 2차전 각각 따로 예매해야 한다).
응원팀인 롯데의 더블헤더 일정을 체크해 보니 9월에 창원 NC 파크에서 경기가 있다. 서울에서는 꽤나 먼 거리여서 포기할까 하다가 남편과 딸의 의중을 떠봤다.
"9월 9일 창원에서 롯데 더블헤더 경기가 있어. 한 번에 가서 두 게임을 볼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창원 NC파크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서 엄청 팬 친화적인 구장이래. 어때? 가고 싶지?"
사실 올해 봄, 가족끼리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우리나라 9개 구장을 다 돌아보자고 했었다. 그러나 롯데의 경기력이 더위와 함께 하락세로 들어선 이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대신 '직관 열 번 가기'라는 소소한 목표로 수정했다. 그런데 희안하게 우리가 직관을 갈 때마다 롯데가 역전패로 진다. 매 번 이길 것 같다가 진다. 마음이 높게 붕 떴다가 아래로 훅 떨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멀고 피곤하다.
네 번째 직관을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이제 직관 그만 갈까?" 하고 남편과 열세 살 아이에게 물었다. 롯데는 기세가 꺾였을지 몰라도 남편은 사춘기 딸과 유일하게 함께 하는 스케줄인 야구 직관의 흐름을 놓칠 수 없다. 피곤해 감기는 눈을 갑자기 크게 뜨며 말했다.
남편 : "그래도 열 번은 가자. 우리가 갔을 때의 우승 확률이 몇 인지 계산해 봐야지."
아이 : "맞아, 맞아. 우리만의 승률을 계산해 봐야지."
'굳이 왜?', '다섯 번 가고 곱하기 2하면 안 되는 건가?' 순간 쓸데 없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인생에선 '쓸 데 없는 게' 필요하다. 해야 하는 일 속에 파묻혀 살다가 쓸 데 없는 일을 하며 숨을 쉰다. 꼭 해야 하고 필요한 일보다 쓸 데 없는 일이 더 재미있고 신난다. 운이 좋다면 그 쓸 데 없는 일에서 자기 자신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 그럼. 직관 열 번 가자!"
우리가 여태까지 간 직관은 일곱 번. 더블헤더 경기를 가면 한 번에 두 경기를 채울 수 있다. 남편과 아이는 내 제안에 홀라당 넘어왔다. 창원으로 가는 KTX가 매진이라 고속버스를 예매했다. 아침 9시 반 버스를 타고 가서 밤 9시 반 버스를 타고 올라온다. 서울에 새벽 1시 반 도착이라 피곤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딸은 괜찮다며 걱정말란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감당할 수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