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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 PD, 끝나지 않은 싸움... 해고책임자 '위증' 재판 시작

11월 첫 공판... 유족 "방송사 직원들 허위로 회사 조력, 누구나 겪는 문제... 끝까지 지켜 볼 것"

등록 2023.09.12 10:17수정 2023.09.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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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송사들의 비정규직 남용 실태를 수면 위로 드러냈던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부당해고 책임자가 오는 11월 위증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재학 PD가 숨진 지 3년 9개월 만이다. 책임자를 고소했던 유족은 "임직원들의 위증은 방송사와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도 겪는 문제"라며 "이재학 PD만이 아닌 모두를 위해서 소송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주지검은 지난 7월 18일 고 이재학 PD 부당해고의 직접적 책임자인 A 전 기획제작국장을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8년 이 PD가 해고된 뒤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회사 쪽 증인으로 나온 A 전 국장이 자신의 기억에 반해 허위 증언을 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A 전 국장이 이 PD를 평소 '이재학 PD'라고 불렀음에도 법정에서 "이재학 PD라 부른 적 없다. '이재학씨'라고 불렀다"면서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PD가 여러 지역 축제에서 프로그램 제작과 중계를 맡은 사실을 알면서도 A 전 국장이 "모른다"고 허위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 PD가 연출을 맡았던 또 다른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연출이 아닌) VJ 역할이었다"고 한 증언도 위증 혐의에 포함됐다.

특히 이 PD가 A 전 국장으로부터 해고 취지의 발언을 들은 사건 당일, 이 PD는 "기획제작국 아침 회의 말미에 양해를 구하고 참석해 인건비 증액을 요청했고 직후 해고됐다"고 주장했으나 A 전 국장은 "회의석상이 아니었다"거나 "(이 PD는) 회의에 참석한 적 절대 없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검찰은 이 또한 위증이라고 봤다.

당시 A 전 국장은 법정에서 이 PD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일관되게 증언했다. 청주방송 또한 이재학 PD는 프리랜서 조연출로 직원처럼 종속돼 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 입장에 억울함을 토로해 온 이 PD는 사망 전 남긴 유서에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는 말을 남겼다.
 
 2020년 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언론노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회,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용균재단, 직장갑질119 등 55개 단체가 모여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0년 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언론노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회,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용균재단, 직장갑질119 등 55개 단체가 모여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유성호
 
    
고소 3년 만에 기소... 유족 "위증으로 회사 조력, 방송계에 흔해"


이번 위증 사건은 2020년 말 유족의 고소로 시작됐다.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는 지난 9일 기자와 통화에서 "직접적인 가해 행위라고 판단했기에 고소를 했다"며 "직원들이 '구조' 뒤에 숨는 문제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회사 눈치보는 걸 넘어서서 적극 위증을 하는 건 개인이 처벌받아야 할 문제"라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씨는 "지난 3년 간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노동 사건 당사자, 유족들을 많이 만났는데, '왜 다들 거짓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직장 동료를 향한) 억울함이 열이면 열 등장했다"며 "이 문제만 없어도 피해자가 극한으로 내몰리는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1일 출범한 방송 비정규직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씨는 "많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이기에, 현장과 투쟁에 좋은 예로 남을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함께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와 관련해 A 전 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9~11일 문자, 전화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 PD 부당해고 등에 대한 책임으로 2020년 10월 청주방송에서 징계 해고를 당했던 A 전 국장은 자신의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서 위증 의혹에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충남지노위는 징계 해고는 정당하나, "아는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거나 모호하게 진술했다는 사유만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보기 어렵고, 회사의 입증도 부족하다"면서 위증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전 국장의 첫 번째 공판은 오는 11월 1일 오전 10시 20분 청주지법 423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1년 2월,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1주기 추모문화제 당시 손피켓.
2021년 2월,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1주기 추모문화제 당시 손피켓. 충북인뉴스
#청주방송 #이재학 PD #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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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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